가계 외 정부·기업부문도 포함 ...개인 소득보다 정부 곳간 커져
약세였던 달러 기준 평가...같은 소득인데도 많아 보여
성장 체감할 수 있는 GDP 성장률은 낮아...소득격차 심화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지 12년만에 지난해 3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추락과 소득격차 심화로 인해 ‘3만달러 시대'를 체감하는 국민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1인당 GNI에는 가계 소득뿐 아니라 정부 소득과 기업 소득도 포함돼 있고, 특히 지난해는 원화 강세(달러당 원화환율은 하락)에 따른 환율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국민 개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소득보다 정부의 곳간이 커졌고, 같은 소득인데도 약세였던 달러 기준으로 평가하다 보니 많아졌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은 3만1349만달러로 나타났다. 1인당 GNI는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에 진입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2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1년에 다시 2만달러를 넘었다가 지난해 3만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2006년 2만달러를 처음 넘어선 이후 12년 만이다.

통상 3만달러가 선진국 진입의 기준선으로 언급되지만 내실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3050클럽(인구 5000만,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에 진입한 6개 나라는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가는데 평균 9.7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12년이나 걸렸다. 지난해 환율이 연평균 2.7%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한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인당 GNI에는 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도 포함이 되는데 그 중 세수가 높았던 정부 소득의 비중이 늘었을 수 있고, 그만큼의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국민이 GNI의 증가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구매력을 평가한 실질 GNI의 성장률은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1.0%에 그쳤다. 전년(3.1%)의 3분의 1수준인데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7%)에도 못미친다. 실질 GNI는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해 산출한 것으로 실제 구매력을 의미한다. 성장에 비해서 구매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GNI가 하락했다는 건 반도체 1개를 팔아서 국내 혹은 국외에서 살수 있는 구매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GDP 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체감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GNI가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지난해 명목 GDP는 1782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실질 경제성장률은 2.7%)에 그치면서 외환위기였던 1998년(-1.1%) 이후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명목 GDP 성장률이 낮으면 경제주체가 성장을 체감하기 힘들다. 물가를 감안하면 실제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기업 영업이익 등은 별로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소득양극화 역시 ‘3만달러 시대'를 쉽게 체감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1분위 가구(최하위 20%)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전년대비 17.7% 감소했다. 역대 최대폭이다. 반면 최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인 10.4% 늘었다. 5분위 가구의 소득을 1분위 가구 소득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5분위 배율은 작년 4분기 5.47로 역대 최고였다.

한편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무디스는 4일 발표한 '세계 거시 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 2.2%로 각각 전망했다. 작년 11월 보고서에서는 정부 정책이 국내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기관 중 가장 낮은 2.3%로 제시해왔다. 그러더니 4일엔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0.2%포인트를 더 낮춘 것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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