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전문가 초청간담회에서 마이크를 고쳐잡고 있다(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전문가 초청간담회에서 마이크를 고쳐잡고 있다(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5일 오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때문”이라며 “볼튼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사람(볼튼)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을 죽이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잘 했다고 하는 백인 기병대장이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을 '의도된 결렬'로 평가하며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런 결과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설훈, 원혜영, 이인영, 인재근 등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첫날 만남 후) 기자들에게 '둘이서 한 얘기를 문서로 만들면 돈 내고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합의가) 다 됐다는 얘기"라며 미북이 사실상 합의에 이른 상태였으나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미북) 확대 정상회담 사진이 나오는데 난데없이 볼튼이 앉아 있었다”며 "(볼튼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만들어낸 것(합의)인데 자신들이 만들고 깨는 식으로 할 수 없으니 볼튼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볼튼을 시켜 문턱을 높이니 북한도 제재 해제를 세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서로 문턱을 올리다가 거기서 더이상 못 나간 것이다. 밤 사이에 이뤄진 의도된 노딜, 결렬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통일부 장관이던 2002년 7월 당시 미 국무부 차관이전 볼튼은 북한이 별도의 장소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했다”며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는 케도(KEDO·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인데 이것을 중단시키려는 저의를 갖고 핑계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도는 북한이 흑연감속형 원자로 2기를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1000M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는 사업이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해 “(북한이) 연료를 만들기 위해 저농축하는 것도 고농축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개수가 많다는 것으로 사람들을 홀려서 ‘(북한은) 나쁜 놈들’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계산 같다”고 강변했다.

그는 트럼프가 확대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영변 외 핵시설’이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강선은 작년 6월에 나온 이야기”라며 “구문(舊聞)으로 분위기를 반전하고 여론을 역류시키는 앞잡이가 볼튼인데 판 깨놓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고 했다. 이어 “(볼튼이) 이번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탁을 받은 것 같다”며 “(볼튼이) ‘웜비어 사건’ 이야기를 꺼내며 (일본인) 납치문제도 이야기했을 거다. 김정은이 오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이 깨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외' 우라늄 농축 시설을 언급하자 김정은이 놀랐다는 말에 대해서는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백하라는 식으로 하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거쳐 정상에게 보고된 것은 뭐란 말인가 하는 표정을 김 위원장이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들통났구나'해서 놀란 것이 아니라 '말도 안 되는 것 가지고...'이런 것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했다. 

정 전 장관은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또 다른 원인으로 정상회담 기간 중에 미국 하원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를 들었다. 그는 “코언 청문회가 뉴스 헤드라인을 덮는 것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했던 모양”이라며 “(북한과의 합의를 미국에) 들고 가봐야 소용없다. (27일) 밤 사이 심경이 변해서 이번에는 (합의를) 못하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끝날 때 김정은이) 환히 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사정 때문에 미뤄놓고 나중에 만나자,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런 표정이 안 나온다”며 “(합의문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코언 청문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게 속상한 나머지 ‘노 딜’로 만들었다. 이후 헤드라인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나갔다. TV 토크쇼를 했던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감각이 있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라는 글자를 생각해야 한다”며 “고를 평(平)자에 벼 화(禾)자에 입 구(口)다. 벼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게 평화다. 어려울 때 안 도와주면 아는 척도 안 한다”며 “서독도 20년간 1044억 마르크어치를 동독에 현물로 지원해 민심이 서쪽으로 넘어왔고 그 민심이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우리에게 밀가루와 옥수수, 분유, 쌀을 줬다.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더 고마운 게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 때 미국을 좋아해서 기병대가 인디언을 죽이면 박수를 쳤다”며 “우리가 먹을 것 때문에 미국을 좋아하게 된 원리는 남북관계에서도 불변의 진리”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미북이 곧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작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사까지 갈 것은 없고 지난해 5월 26일처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미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나눈 대화에 대한 설명 듣고 절충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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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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