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 시설 비중은 북한의 전체 핵 프로그램의 최대 50% 수준이며,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이 없어도 1년에 핵무기 2~3개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 도처에 있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밝혀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북한 핵 사찰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영변 핵시설만을 대가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은 사실상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얼마만큼의 우라튬을 채굴하고 있는지 미국은 모른다”며 “공식적으로 우리는 농축우라늄의 원료가 되는 육불화 우라늄 생산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곳곳에 숨겨 놨을 것으로 관측하면서 영변을 폐쇄해도 다른 곳에서 계속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사용하는 가스 원심분리기 기반 농축 기술은 전기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시설은 겉보기에 여느 공업단지나 심지어 슈퍼마켓과도 구별이 안 된다”며 “따라서 북한이 도처에 가스 원심분리기 시설을 숨겨놔도 외부에서 찾아내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이미 영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수소폭탄의 원료인 중수소화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영변 핵시설을 해체해도 북한은 수소폭탄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스 원심분리기를 갖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연간 2~3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역량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영변에서 연간 2~3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과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으며, 영변 이외의 다른 농축시설에서도 그만큼의 양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 정보 당국도 이미 이런 내용을 파악했기 때문에 영변 한 곳과 유엔 안보리 제재를 맞바꾸자는 북한의 요구를 미국은 거부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이 전체 북핵 프로그램의 70~80%에 해당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각국 정부들의 분석을 종합했을 때 영변의 비중은 최대 50% 수준이며 가장 중요한 시설로 보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핵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가 ‘영변 폐쇄’같은 단일 조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전체 핵시설 신고와 외부 검증 등 국제 기준에 맞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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