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통신업계까지 카드수수료 갈등 확산

정부가 카드사 수수료를 억지로 낮춘 데에 따른 각종 소비자 혜택의 감소에 이어, 대형가맹점인 현대·기아차가 수수료율 인상에 반대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현대차는 신한·삼성·KB국민·하나·롯데카드 등 5개사에 10일부터, 기아차는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긴 했지만, 해지 시점까진 시간이 있어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소식에 주요 백화점과 마트, 통신사들도 카드수수료 인상에 반대하고 나서,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카드사들은 지난 1월말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카드사로서는 이번 인상이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의 강제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 당시 정부가 나서 카드사를 죽이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당정협의를 거쳐 "8000억원 규모의 신용카드 수수료 순인하 여력을 확인했다"며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나아가 만약 카드사들이 원가 이하로 수수료를 받게 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위반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 또 현대차만 수수료율을 낮추게 된다면 카드사가 가맹점간 수수료율을 차별했다는 명목으로 18조의3항에 따라 카드사 임직원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수료율을 협상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영업실적은 6년째 감소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최근 통상임금 2심 판결로 인해 노조측에게 4000억원가량을 지급해야 할 판이다. 또 최근 실적 악화와 인건비 부담 등의 이유로 진행 중이던 생산직 채용 절차를 중단한 마당에 추가적인 비용 증가는 막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대형 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전법에서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물린다. 만약 금융당국이 현대차 등 대형 가맹점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했다'고 판단하면 현대·기아차는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협상에서 협상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한편 유통업계와 통신업계에선 자동차업계의 대표격인 현대·기아차의 가맹 해지 통보에 힘입어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따른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나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각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며,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 가맹점들도 카드사들에 수수료율 인상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하고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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