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여부를 가릴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소위 ‘사법농단’과 관련됐다며 검찰이 구속까지 하며 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재판장)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25일 오전 10시로 정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두 대법관의 공판준비기일도 이날 함께 진행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19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검찰은) 조물주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어냈다”며 “영민하고 사명감에 불타는 검사들이 법원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20여만 쪽에 달하는 증거 서류가 내 앞에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과 마주서야 하는데 내가 가진 무기는 하나도 없다”고 했다. 검찰 수사 기록이 방대해 검토가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기록은 A4용지를 기준으로 17만 5,0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기록에는 특수부 검사 30여명이 관여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지난달 11일부터 월말까지 해당 기록의 절반만 복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는 않은 상태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의 핵심은 재판 개입과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 및 집행 등 4개 항목에 걸쳐 47개 혐의를 적시했다. 이는 다스 횡령과 배임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혐의보다 3배가량 많은 수다.

한편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가담했다며 기소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과 다른 재판을 받게 됐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형사35부에서 심리 중이지만, 법원은 이를 형사36부(윤종섭 재판장)에 재배당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지난달 11일까지 총 세 차례 기소한 바 있다. 앞선 두 차례의 기소는 형사36부가 심리했으나, 세 번째 기소된 사건은 형사35부에 배당됐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는, 지난해 11월 양 전 대법원장 기소를 두고 신설된 곳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2일 양 전 대법관 사건에 대한 재판부를 배정하면서, 사건을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중요 사건’으로 지목했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할 박남천 부장판사(52)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지법에서 판사를 시작한 인물이다. 지난해 2월에는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심리하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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