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전망치 2.3%에서 0.2%p 하향조정...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5%→2.2%
"투자-수출 전망 악화"...1960년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
주요 20개국 전망치는 2.9%로 동일...내년 전망치는 2.7%->2.8%로 상향
고용부진 원인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지목...다른 해외기관도 韓성장률 계속 하향 조정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2.3%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기관이 그동안 내놓은 예측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같은 돌발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2%대 초반 성장은 ‘성장률 쇼크’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무디스는 4일 발표한 '세계 거시 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 2.2%로 각각 전망했다. 작년 11월 보고서에서는 정부 정책이 국내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기관 중 가장 낮은 2.3%로 제시해왔다. 그러더니 4일엔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0.2%포인트를 더 낮춘 것이다.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11월과 동일했고 내년 성장률은 2.7%에서 2.8%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무디스는 내수 부진, 투자 위축에 이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위태로워졌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투자 사이클 약화와 글로벌 무역 둔화가 경제 모멘텀을 해쳤다"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 둔화, 특히 반도체에 대한 수요 침체는 투자는 물론 수출 전망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2.0%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지난해의 2.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무디스가 전망한 2.1% 성장률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산업화가 본격화한 1960년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직면하는 셈이다.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7%),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인 1998년(-5.5%),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0.7%)에 이어 가장 낮다.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한 2012년(2.3%)보다도 낮을 것으로 본 것이다.

무디스는 고용부진의 원인으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고용 성장을 부진하게 만들었다"며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을 경쟁력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뿐 아니라 작년 말 이후 다른 해외 기관도 한국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11월 2.8%였던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2.4%까지 대폭 끌어내렸다. 바클레이즈와 UBS는 같은 기간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발표할 때마다 숫자가 낮아지는 양상이다.

국내외 IB와 연구기관들은 통상 3~6개월 단위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데 한국의 전망치 하락폭이 가장 가파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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