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음에 시민들 놀라…한유총과 갈등 중인 교육부와 교육청들, 재난문자 사용 지정기관 아냐
"교육당국이 정치적으로 개학연기를 '재난화'하고 있다는 의혹 받을 수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재정지원과 구분없이 유치원 재산 일체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에 강제 편입시키려는 문재인 정권에 반발해 '개학 연기' 방침을 밝히자, 여권(與圈) 지방교육청들이 자연재해·감염병 관련 공지에 사용되던 '긴급재난문자(안전안내문자)'를 일제히 발송했다. 

교육청은 '긴급재난문자' 사용 지정기관이 아닌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교육부 장관에 국무총리까지 앞장서, 정권 차원에서 사립유치원들에 '회계 강제편입'을 위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중 '재난문자마저 정치화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3일 오전 "일부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가 우려된다"며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돌봄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도민들에게 발송했다. 광주시교육청, 경남교육청, 충남교육청도 유사한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재난문자 송출시스템의 운영 권한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다. 행정안전부·소방처·경찰청·지방자치단체 등이 재난문자 사용기관으로 지정돼 있고, 한유총과 직접 갈등 중인 교육부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육청 역시 마찬가지로 재난문자 지정기관이 아니다. 다만 "행정안전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재난문자 사용기관을 추가로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는 붙임규정이 있어 행안부 측의 개입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부 교육청이 시끄러운 경보음과 스마트폰 기능 일시정지를 동반하는 재난문자까지 동원한 것에 관해, 시민들 사이에선 "경보음 소리에 깜짝 놀랐다. 최소한 미세먼지 경보나 지진 등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뜬금없다" "이게 재난 문자로 보낼 일인가" "재난문자가 정부 정책 공지 수단은 아니다" "유치원 학부모 아닌 사람이 더 많은데 재난문자 발송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편으론 "유치원생 키우는 입장에서는 재난과 다름없는 일" "재난문자를 받고 '정부가 일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누가 피해를 본 것도 아닌데"라는 반론도 있다.
 
김주영 경기교육청 대변인은 "'아직 돌봄 신청을 하지 못한 가정이 있을지 모르니 적극 알리라'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에 협조를 구해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 언론에 "교육부와 교육청은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는 지정기관이 아니다"며 "재난문자를 남용할 경우, 정작 중요한 재난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부모라면 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에 대해 모를 리 없을텐데 여기에 재난문자를 동원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며 "교육당국이 정치적으로 개학연기를 '재난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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