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선 후보였던 2017년 4월 "미세먼지로 국민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한다"
이달 4일까지 수도권 비롯해 전국 9개 권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 시행...사상 최초로 나흘 연속 발효
미세먼지 주의보, 2016년 연간 100건에서 올들어 2개월여 동안 벌써 355건
중국發 미세먼지 증가와 무리한 탈원전 강행으로 인한 화력발전 증가로 미세먼지 늘어
시민들 "평소 마스크 쓰지도 않고 다녔지만, 나흘 연속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무능한 대통령" 비판
정부-親文 환경단체, 중국에는 침묵...국내 미세먼지 요인 줄이겠다고만 해
4일 미세먼지, 더 나빠지면서 5일은 '최초 5일 연속 비상저감조치 시행'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3.1절인 1일부터 일요일인 3일까지 사흘간 연휴를 보낸 직장인들의 3월 첫 출근길은 흐렸다. 이들은 4일 가지각색의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어두운 얼굴로 뿌옇게 흐려진 도심으로 나가는 전철 출구로 향했다. 전철 출구에 붙은, 서울시 관광 홍보물 안의 남산타워와 연녹빛 푸른 언덕이 이들을 비웃듯 내려다봤다. 출근길의 한 직장인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포털 뉴스 댓글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를 비판하고 있었다. 댓글 내용은 "이게 도대체 나라냐"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2017년 4월 13일 발표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라는 미세먼지 대책 발표문에서 "국민들의 하루는 어느새 미세먼지 걱정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라며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합니다"라고 했다. 또 "환경부 등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미세먼지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 뿐이었습니다"라며 전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 오염이 과거보다 더 악화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소위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세계 공기 질 측정 사이트인 aqicn.org에서 측정한 대한민국과 그 인근의 4일 오전 공기질 현황.
세계 공기 질 측정 사이트인 aqicn.org에서 측정한 대한민국과 그 인근의 4일 오전 공기질 현황.

바람이 불지 않는 정체된 대기가 이어지면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충북·전라권에 이달들어 4일까지 나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국적인 공기질은 ‘나쁨~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부는 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도권과 충북·전라 등 전국 9개 권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다음 날에도 초미세먼지가 50㎍/㎥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면 발령된다. 나흘 연속 저감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사상 최초다.

미세먼지 주의보, 文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연간 100건에서 올해는 2개월여만에 벌써 355건

국내 기상예보 업체인 에어코리아의 초미세먼지 주의보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4일까지 발령된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건수는 총 355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기 직전인 2016년 연간 100건, 취임 첫해인 2017년 연간 129건에서 지난해 316건으로 급증한데 이어 올들어서는 불과 2개월여만에 2017년은 물론이고 작년의 연간 건수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 1, 2월은 미세먼지 저감조치와 주의보 등의 발령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잦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표 = 에어코리아 PM2.5 초미세먼지 주의보 자료 갈무리)
(표 = 에어코리아 PM2.5 초미세먼지 주의보 자료 갈무리)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14일부터 16일까지도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 시행을 ‘최초’로 한 바 있다. 한달여 만에 ‘미세먼지 기록’을 깬 것이다. 이날 나흘 연속 저감조치 시행이 이뤄지면서 “정부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公約)은 지키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킨 공약(空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커진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강력하고 촘촘한 종합관리 대책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 신설 ▲한·중 정상급 주요의제 격상 등 4가지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4월 13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합니다. 환경부 등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미세먼지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 뿐“이라며 “미세먼지를 잡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정부의 정책역량과 외교역량을 모두 투입해 푸른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기사 끝에 문재인 후보 발언 전문(全文) 첨부)

중국발 미세먼지에다 '탈원전 정책' 영향 겹쳐 미세먼지 급증?

미세먼지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중국발 미세먼지 증가 ▲탈원전으로 인한 화력발전량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연구원은 “한국 내 미세먼지 발생에 있어, 중국을 포함한 국외 평균 영향은 60%에서 최대 8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대도시에서 목탄·석탄을 사용하는 난방 보일러를 가동하며 대규모 스모그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부 집계에서도, 중국 북부 일대는 겨울철에 초미세먼지(PM2.5)농도가 연평균보다 20% 이상 높아졌다는 집계가 있다.

지난 1월 14일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이뤄진 날 오후 8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상황. 이 정보는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하여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월 14일 사흘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이뤄진 날 오후 8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상황. 이 정보는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하여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와중, 서울시 공무원(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들은 지난 1월 27일 “국내 미세먼지 원인 중 중국 비중은 40% 안팎”이라 발언했다. 이에 따르면 1970~1980년대에는 지금보다 미세먼지가 2~3배 나빴는데, 미세먼지의 평균치는 현재 더 좋아졌지만 최근의 미세먼지는 고농도로 발생해 이를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난 1월 24일 ‘최악의 미세먼지(14~16일)’ 보도가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난 지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를 열어 중국과의 ‘협력’을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당초 내세운 ‘한·중 정상급 주요의제 격상’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늘어난 화력발전도 국내 미세먼지 증가에 영향을 줬다. 지난달 공개된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전체 화력발전량은 총 22만 8,219GWh로 전년 동기(22만 4,498GWh)보다 3,721GWh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발전량은 같은 기간 13만 7,989GWh에서 12만 1,075GWh로 1만 6,914GWh 줄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LNG발전도 미세먼지 발생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서야 석유·중유 발전기 16기의 출력을 제한했다.

文정부 無대응 비판하는 시민들...‘정부는 지금 뭐하는 거냐‘

중국발 미세먼지에 침묵하고, 지속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날씨를 다룬 한 포털뉴스 댓글에는 ‘제발 대책좀 세워라. 이러다 국민들 다 죽겠다’ ‘평소엔 마스크 쓰지도 않고 다녔지만, 4일 연속 저감조치 시행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정부는 뭐하는 거냐’ ‘무능한 정권. 무능한 대통령. 어서 끌어내려야 한다’ ‘다른 대통령이었으면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한다는 말이라도 했을 거다. 생존권 운운하더니 그것도 못 지켜주느냐’ 등의 정부 비판 댓글이 ‘공감 수’를 많이 받은 댓글 1위부터 마지막까지를 장식했다.

(사진 = 포털뉴스 '파란하늘이 그립다' 댓글 캡처)
(사진 = 4일 뉴스1 '파란하늘이 그립다' 포털 댓글 캡처)
[날씨] 서쪽 대기 질 '최악'...낮 동안 中 스모그
(사진 = 4일 YTN '[날씨] 서쪽 대기 질 '최악'...낮 동안 中 스모그' 포털 댓글 캡처)

과거 비좌파 정부 시절 입만 열면 정부를 비판하던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의 '침묵'에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세월호나 사드 배치, 강정마을이나 4대강과 같은 반미·친중 시위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환경단체들이, 정작 국민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미세먼지 사안에는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친문(親文) 성향 환경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거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 등 일부 단체들은 기고문 등에서 ”미세먼지 오염 현상에서 중국 영향은 환경부 주장보다 훨씬 낮았다”등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내 환경단체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줄이겠다고만 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확대·클린디젤 정책 폐기 등을 골자로 하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서울시 등 지자체도 “자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노후차량 단속에 나서고 있다. 당초 ‘비상저감조치’를 포함한 응급조치들은 지자체별로 기준도 다르다가, 지난 1월 사흘 연속 조치가 발령된 후에야 ‘통일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같은 ‘비상저감조치’가 실효성이 없는 ‘쇼’ 조치라 지적하고 있다.

비상저감조치는 이날 오후 3시까지 발효돼 있지만, 건조하고 바람이 불지 않는 대기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가 더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기상청 관계자는 “오늘(4일)까지 연무가 끼는 곳이 많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며 “오후 3시부터는 차차 날씨가 맑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제주도와 전남, 경남 등 일부 지역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이날 오후 “내일도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고 밝힘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사상 초유로 5일 연속 저감조치를 시행한 정부가 됐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4월 13일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연설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내용 전문(全文). >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 (사진 = 문재인 공식 블로그 제공)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 (사진 = 문재인 공식 블로그 제공)

미세먼지, 잡겠습니다. 
푸른 대한민국,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하늘이 흐리면,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할 수만 있다면 
아이 대신 미세먼지를 다 마시고 싶은 심정입니다.
학교 가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마스크를 씌어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아이 부모의 아침은 슬픕니다.

저는 지난 3월 21일부터 대선공약에 담을 정책제안을 
문자로 받고 있습니다.
오늘까지 6만 명이 넘는 국민들께서 해야 할 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 미세먼지 대책을 강력히 촉구하신 분이 만 명 이상입니다.
국민들의 하루는 어느새 미세먼지 걱정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합니다.
환경부 등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미세먼지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도 야외활동을 하는데,
정부는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미세먼지를 잡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정부의 정책역량과 외교역량을 모두 투입해
푸른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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