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면서 지난 1월에는 1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데다 수출물량까지 감소하며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에 기초한 성장 여력이 악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줄어든 74억2100만달러로 조사됐다. 같은 달 수출은 5.9% 감소한 463억3천만달러로 조사됐다. 반도체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0%로 2017년 6월(15.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수출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2017년 10월∼작년 11월까지 20% 수준을 유지해오다 작년 말부터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9월(24.5%) 이후로 10월(21.1%), 11월(20.7%), 12월(18.3%), 1월로 넘어오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17.1%로 소폭 개선했지만 여전히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세 둔화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D램, 낸드플래시, 시스템 메모리 등이 포함된 집적회로의 수출가격은 22.2% 하락, 2009년 6월(-23.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던 반도체 수출물량마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적회로 수출물량은 1.9% 감소해 2015년 12월(-0.9%) 이후 3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감소 폭은 2013년 11월(-10.6%) 이후 최대다.

수출이 둔화하며 생산도 위축되고 있다. 1월 반도체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다. 반도체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작년 9월(24.7%) 이후 꾸준히 내리막이다. 1월 증가율은 1년 만에 최저였다.

반도체 수출 비중 축소는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전체 수출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빚어진 현상이어서 수출은 물론 성장세에도 적신호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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