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13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후임에 김의겸(55)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를 내정했다고 29일 밝혔다(연합뉴스).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된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대변인으로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55)를 내정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오전 춘추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충남지사 선거로 사의를 표명한 박수현 대변인 후임으로 김의겸 전 한겨레신문 기자를 대변인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인수인계를 거쳐 다음달 2~3일경 정식 대변인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전북 군산제일고를 졸업하고 1982년 고려대 법학과에 입학했으며 1985년 법대 학생회장을 지냈다. 대학 재학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에 사회부장, 정치사회 담당 부국장, 논설위원을 거쳤으며, 회사를 떠날 때까지 선임기자를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로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있었던 문 대통령을 취재하며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해 5월11일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돌았고, 후배 직원들의 만류로 청와대 행(行)을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 두 달 뒤인 7월 선임기자직을 내려놓고 한겨레를 퇴사했으며, 반년 만인 이날 실제로 대변인직에 내정된 것이다.

김 내정자는 박근혜 전임 대통령 탄핵의 최대 수혜자 격인 친문(親文)·좌파 진영에서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에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개입 정황 폭로 및 후속 보도 등으로 공로를 평가 받아 왔다. 그러나 의혹 관련 최초 보도인 '대기업 돈 288억 걷은 K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2016년 9월20일 한겨레 1면)은, '마사지 센터장'으로 지목당한 체육학 박사 출신 정동춘 전 이사장이 '내가 운영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는 마사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러 차례 해명해 "과장 보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 내정자는 2016년 11월26일 '민변' 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150여명의 변호사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 결의대회에 참석, 탄핵에 적극 찬성하는 주장을 편 바 있다. 국정농단 의혹 보도를 주도한 JTBC의 자칭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경위 관련 한 인터넷 방송에서 "주운게 아니고 받은거다"라는 JTBC 측에 불리한 언급을 내놨다가, 정국에 변수가 될 것을 우려한 듯 이내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남기며 발을 뺀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탄핵 및 정권교체 공신'의 일원으로 현 집권세력 내에서 평가 받는 그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된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탄핵 찬성파 정당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은 김철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권 초 논란이 돼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지 못한 언론사 기자 출신을 대변인으로 발탁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현직에서 바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괜찮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은 뒤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의 기자 출신을 대변인으로 발탁하는 건 '내부인사'적 성격이 있다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권 당시 KBS 기자의 대변인 발탁과 뭐가 다르냐"며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데, 정작 자신들의 인사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전 정권과 전혀 다르지 않다면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어떻게 보겠나"라고 반문을 거듭한 뒤 '언론계의 대표적인 코드 인사'라고 규정했다.

바른정당은 권성주 대변인 논평에서 "신임 내정자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종보도들로 박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이 정권의 초점이 또 한발 더 과거로 기우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권이 몰두하고 있는 적폐청산이 일부 국민들에겐 정치보복이라는 피로감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며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일부 지지층의 목소리가 아닌 삶의 현장 속 국민여론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정태옥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순실 특종보도에 대한 코드인사, 보은인사가 아닌가"라고 촌평한 뒤, 직접 비판보다는 "김 내정자는 전임 박수현 대변인의 '대통령의 숨소리에 울음이 묻어 있었다'라는 논평으로 상징되는 대통령 심기 경호원 역할을 떠나 국민과 대통령의 진솔한 소통의 창구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역할론 제시로 대신했다.

한편 김 내정자 인선과 관련 이날 '전북 군산'으로 청와대에서 발표한 그의 출신지가 '태어난 곳'이 아닌 '자라난 곳'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웨이 등 언론은 김 내정자를 "한 곳일 수밖에 없는 고향을 '선택'할 수 있는 인물"로 표현하며, 출생지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을 고향으로 발표하지 않은 데 대해 "경북 칠곡에서 한 번, 전북 군산에서 또 한 번 태어난 것일까"라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내정자가 한겨레 재직 당시 '서글픈 내 고향 왜관'이라는 칼럼을 게재한 사실도 보도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