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북한 감싸기에 급급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ICBM 추정 미사일: 사진은 지난해 4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연 열병식에 등장한 ICBM 추정 미사일(연합뉴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ICBM 추정 미사일: 사진은 지난해 4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연 열병식에 등장한 ICBM 추정 미사일(연합뉴스)

북한이 매년 4월 25일 기념하던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일 2월 8일로 갑작스럽게 옮기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통일부, 청와대가 한 목소리로 “북한 열병식을 평창과 무관하다”며 북한 감싸기를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야당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남갈등, 정쟁거리로 소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과 관련된 논란을 단순한 정쟁거리로 취급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7일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의 안일한 안보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장관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북측과 따로 얘기할 계기는 없었다”면서도 “(열병식)은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으로서는 정주년(5,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계기로 나름대로 건군절을 준비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평창올림픽은 평창올림픽대로 하는 것이며 이 시기에 열병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별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24일 청와대도 북한이 건군절 날짜를 변경해서 평창 동계올림픽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우연히 겹친 것”이라며 북한 감싸기를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건군절은 김정은의 정치적 독립선언으로 평창 올림픽에 재를 뿌린 것을 아니라”고 했다. 전 세계에 북한의 도발 또는 선전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앞서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북한은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올해 선대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유엔 총회는 작년 11월 157개국이 공동 제안한 ‘평창올림픽 휴전 결의’를 표결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까지 모든 적대 행위의 중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대규모 무기를 동원하는 북한 열병식은 이 결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마크 내퍼 주한 미대사대리는 최근 “북한 열병식은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자 국제사회를 향한 정면 도전”이라고 경고했다고 조선일보는 29일 전했다. 한미는 올림픽 기간 동안 긴장 완화를 위해 통상 2월 말에 시작하는 연합 훈련을 연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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