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하고 4시간 동안 억류한 뒤 컴퓨터와 전화를 빼앗아 달아났다. 이 사건은 대사관 2층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탈출한 북한 여성이 이웃주민과 함께 스페인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스페인 당국은 북한대사관이 침입을 당한 경위와 배경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요원들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으로부터 침입 신고를 받은 스페인 경찰이 북한대사관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자 ‘김정은 배지’를 단 깔끔한 복장의 남성이 나와 “아무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엘 콘피덴시알이 보도했다.

엘 콘피덴시알에 따르면 괴한들은 경찰이 출동하자 치밀하게 탈출했다. 한 남성이 벽을 넘어 대사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한 경찰들이 그를 잡으려고 이동하는 사이에 대사관 문이 열리더니 아우디 승용차 두 대가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경찰을 따돌린 것이다.

이 차량들은 몇 시간 후 대사관 인근에서 버려진 채 발견됐다. 경찰 확인 결과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 차량이었다. 스페인 경찰들은 이 차량에서 괴한들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있다.

스페인 출신으로 북한 고움원으로 임명돼 서방에 북한의 입장을 전달해온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는 트위터에 “마드리도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강도 사건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리며, 모든 직원은 잘 지내고 있다”며 “컴퓨터와 전화를 도난당했다”고 밝혓다.

엘 콘피덴시알은 북한정권이 유달리 이 사건에 침묵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요원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실무협상을 맡은 북한 국무위원회 소속 김혁철이나 북한정권이 스페인 북한대사관 사무실에 남긴 파일과 서류를 다른 대사관 직원들이 볼 수 없도록 요원을 보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는 자유주의 국가에서 오래 근무한 외교관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 김정은이 김혁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개인 파일을 검토해 알아보기 위해 요원을 보냈을 수 있다고 했다. 하비에르 페레스코미야스 교황청대 교수는 이 매체에 김혁철이 자유주의적 사상에 물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 포커스 소장은 북한이 아닌 외부나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을 지시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요원들이 침입해 파일과 특정 정보를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엘 콘피덴시알은 북한요원들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므로 향후 김혁철의 거취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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