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靑대변인 "아쉽게 생각…트럼프 대화 의지가 다음 회담 전망 밝게 해" 해석
앞서 김의겸 "남북대화 본격화" 언급 30분도 안돼 베트남서 회담 결렬 소식
한미정상간 통화는 트럼프 "귀국길에 文과 통화할 것" 밝혀 저녁 중 이뤄질 듯
회담 공개 TV시청 일정 취소한 與…황교안 한국당 대표 "정부 장밋빛 환상만 얘기해왔다"
야권 전반 "조속한 미북회담 재개 기대, 정부가 필요한 역할 해야" 촉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미북정상회담 '핵 담판 결렬' 소식이 들려오자, 회담 이후 남북타협 가속을 기대하던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하노이 회담 결렬에 관한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도 분명해 보인다",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서로 상대방의 처지에 대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견해는 다음 회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제재 해제 또는 완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은 북미(미북)간 논의의 단계가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해석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룬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북한은 앞으로도 여러 차원에서 활발한 대화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나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회담이 갑작스럽게 결렬된 배경과 상황 파악에 매달리면서 추후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의겸 대변인은 핵담판 결렬 직전인 오후 2시10분 정례브리핑 때만 해도 회담 결과에 기대감을 내비쳤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회담 종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 이륙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오늘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간에 대화의 속도·깊이가 달라지겠지만,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김의겸 대변인이 '남북대화 본격화'를 거론한 시각은 오후 2시27분이었는데 약 26분만인 오후 2시53분 언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예정보다 2시간 앞당겨졌으며, 단독 회견이 이뤄질 것이고, 양 정상 간 오찬 및 서명식이 불투명하다는 속보가 연달아 나왔다.

현지에서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청와대 관계자들도 술렁였다. 관계자 일부는 언론 문의에도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사태를 파악해보고 있다"며 짧게 답변했다고 한다.

이후 오후 3시 25분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업무 오찬과 서명식 없이 정상회담장을 떠났다는 속보가 나왔고, 오후 3시 38분 백악관이 '미북이 아무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핵담판 결렬이 공식화됐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합의문 서명식을 TV 생중계로 노영민 비서실장 등 주요 참모들과 함께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자연히 취소됐다.

문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이륙 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회담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귀국길에 문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고 밝혀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지도부가 2월28일 국회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생방송을 시청하는 공개 일정을 잡았다가 회담 결렬 소식이 전해진 시점 급히 취소했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북정상회담 TV시청 공개 일정을 잡았다가 취소하는 등 혼선이 드러났다. 야권에서는 회담 결렬과 관련해 "하루 속히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국가안보특별위원회-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 이행방안 등에 대한 협의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오늘 발표를 보니까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권을 겨냥 "우리 정부는 장밋빛 환상만을 얘기했다. 그렇지만 실제 북핵 상황은 얼마나 엄중한지, 또 우리의 현실을 명확히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기대가 좀 많이 불안으로 바뀐 상황이다. 하루 속히 국민들 안심시킬 수 있는 정부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들어보니 결국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비핵화의 진전 내용과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의 정도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동안 정부에서 이야기한 북한의 비핵화의 진정한 의지나 행동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지 않않나,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간 과연 활발한 소통이 있었나에 대해 굉장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이번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있기를 소망했으나 아무런 합의나 진전 없이 회담이 결렬된 점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당은 앞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자유한국당이 2월28일 오후 2차 미북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신임 '황교안 지도부' 이래로는 처음 국회에서 당 국가안보특별위원회-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었다.(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삼화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기대했던 빅딜도, 우려했던 스몰딜도 없었다",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절호의 기회는 북미(미북) 서로간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합의문 서명도 없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생산적 진통이라 믿는다"면서 "김 위원장(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며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두 정상의 '고민'과 '의지'가 다시 만나,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실을 이뤄내길 기원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한편,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도 박주현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고, "북한도 미국도 인내심을 갖고 해답을 만들어내는 외교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이제 문재인정부가 창의적인 노력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북미간의 합의를 촉진하고, 북미간 남북간의 신뢰를 유지하고 소통하도록 하는 역할이 요긴한 상황이 됐다"며 "정부는 제3차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해 지금부터 당장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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