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前 청와대 정책실장,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식에서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정의
"현실에 뿌리 내린 이상주의자이고 싶었지만...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지 않았을 수도"
"젊었을 땐 내가 바라는 이상적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쫓아다녀"
"현실정치에 정치인으로서 참여하는 건 과거에도 관심이 없고, 지금도 없다"
이상주의자 자처한 장 前 실장의 재산은 104억 1693만원
그가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으로 우리나라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7% 감소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연합뉴스)

소위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식에서 "저는 이상주의자"라고 말했다.

장하성 전 실장은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LG-POSCO 경영관에서 정년 퇴임식을 가졌다. 이날 퇴임사에서 장 전 실장은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정의하면서 "물론 나름대로 현실에 뿌리를 내린 이상주의자이고 싶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젊었을 땐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미래, 무지개가 있다고 믿고 무지개를 쫓아다녔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경험도 생기고 하다 보니 무지개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감히 계속해서 철없이 무지개를 쫓는 소년으로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 전 실장은 또 앞으로 현실 정치와 선을 긋고 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실 정치에 정치인으로서 참여하는 건 과거에도 관심이 없고, 지금도 없다"며 "학교를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저의 관심사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회를 보다 낫게 만들겠다는 제 개인적인 열정은 지속될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이상주의자를 자처한 장 전 실장은 1년 6개월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는 기간 재산이 11억원 늘었다. 2017년 5월 취임했을 때의 재산은 93억여 원이었는데, 정부가 지난 22일 관보에 게재한 재산등록 사항에 따르면 장 전 실장의 재산은 104억 1693만원으로 밝혀진 것이다.

장 전 실장은 전남 해남·순창 등에 토지 2억7178만원, 건물 17억9195만원, 예금 82억5511만원, 유가증권 1471만원 등을 신고했다. 장 전 실장 부부가 공동소유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값은 지난해 3월 당시 12억5600만원에서 8개월 만에 3억2800만원 증가한 15억8400만원으로 신고됐다. 15억8400만원은 공시지가일 뿐이고,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30억원에 육박한다.

일반 국민들은 꿈도 꾸기 힘든 30억원에 육박하는 고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며 "저도 강남에 살기에 드리는 말씀"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은 바 있다.

장 전 실장이 주도한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는 절망스럽다 못해 참혹하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 소득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7%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10년에도 1분위 소득은 각각 3.2%, 6.8% 증가했었다.

특히 최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근로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6.8%나 줄어 유례 없는 하락 폭을 기록했다. 반면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는 월 소득 932만4300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5분위 소득이 두 자릿수 증가한 것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국민 전체의 소득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소득절망성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쯤 되니 장 전 실장이 자신과 같은 부자들을 더 잘 살게 만들어주려고 '큰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스갯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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