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강력 주장한 '지불능력', 객관성·구체성 없다며 빼
고용부,"'고용에 미치는 영향'·'경제상황' 추가해 보완하겠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국회 통과 시 2020년 부터 적용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재계가 강력하게 주장한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7일 개편 초안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기업 지불 능력 등을 추가하기로 했으나 최종안은 이 중 '기업 지불 능력'이 빠진 것이다.

임 차관은 이에 대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기준으로의 객관성·구체성이 부족하고, 각 기업별 지불능력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지불능력은 결과적으로 고용의 증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준으로 보완될 수 있고, 기업 지불능력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등 지표는 ‘경제 상황’ 지표와 중첩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결정 기준 중 고용수준을 포괄적 의미인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수정해 다양하고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하면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완책이 ‘기업 지불능력’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 등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려면 일본 같은 국가들처럼 ‘기업 지불능력’ 기준을 넣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다른 대안들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민 전반의 여론은 ‘기업 지불능력’ 기준을 도입하자는 쪽이다. 실제로 고용부가 이번 발표 직전에 실시한 대국민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결정기준 보완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표(복수선택 가능)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임금 수준(응답비율 54.3%)’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업 지불능력(41.5%)’을 지목했다. 나머지는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기타지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이 밖에도 이번 확정안은 개편안 초안과 비교해 미세한 조정이 더 있지만,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큰 틀은 그대로다.

개편 최종안을 정리해 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심의구간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심의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 [사진 고용노동부]

 

구간설정위원회의 전문가위원 9명은 노·사·정이 각 5명씩 총 15명을 추천한 후 노사가 3명씩 순차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새롭게 추가·보완될 결정 기준을 토대로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 등을 실시해 심의구간을 설정할 계획이다.

결정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가 단독으로 추천권을 행사했던 공익위원은 국회(4명)와 정부(3명)가 함께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노사위원은 추천권이 있는 노사단체가 추천하되,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문화해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7가지로 ▲근로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 노동생산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 상황 등이다.

최저임금 결정산식은 구간설정위에서 최저임금 수준 결정 사례를 축적해 추후 마련키로 했다.

임 차관은 "최저임금 결정의 안정성, 예측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객관적인 산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 최저임금 수준이나 산식의 각 변수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의원입법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르면 2020년도 최저임금 결정 때부터 새로운 결정체계를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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