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26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독트린’의 시작”이라며 “이는 1969년 베트남과 대만에서 미군 철수를 불러온 닉슨 독트린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닉슨 독트린은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인끼리’를 주창한 미국의 외교정책을 말한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우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북한의 대남 정책 방향과 우리의 대응’이란 강연을 갖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방향에 김정은의 ‘핵 보유 전략’이 맞물려 닉슨 독트린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고 봤다. 얼마 전 그는 미국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은 미국 몫, 남한에 대한 핵 위협은 남한 몫, 일본에 대한 위협은 일본 몫’임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전략과 관련해 “한국에 ‘평화 우선’이라는 여론을 확산시키고 선(先) 남북관계 개선, 후(後) 비핵화 도식을 통해서 ‘핵 있는 평화 공존’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 보유 전략 핵심은 비핵화 전 단계에서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고 평화체제 구축을 한 후에 살라미 방식으로 비핵화 단계를 수없이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이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을 할지라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태 전 공사는 이날 방송된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돈”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은 이미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고 하고 대북제재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비핵화할 의사가 없다”며 “수십 년간 가동해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을 미국에 넘기고 핵, 미사일은 지키면서 제재문제를 해결해가자는 게 북한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으로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해제해 주는 게 급선무”라며 “관광이 재개되고 공단이 재가동되면 연 1억 5000달러의 현금이 들어오게 된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군사력에 의한 남북한 통일을 목표로 했었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안 됐다”며 “그나마 유일하게 애썼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핵무기”라고 했다.

미북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선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는 북한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무기 및 핵 관련 시설 목록을 제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