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유아교육 책임지는 교육기관인데 치킨집처럼 생각하고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운영하면 안 돼" 주장
25일 중3·고2 대상 기초학력 측정서 '성취 미달' 비율 꾸준히 증가에 "평가방식 때문...혁신교육 확산" 주장
학력 저하 우려되자...文정부, 작년엔 "학력측정 지표 새로 개발하겠다" 하기도
교육계 지적 이어져..."통계 조작이다" "사립유치원만 비리집단 매도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임명 당시 위장전입과 경력 부풀리기 등의 논란이 일었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최근 발언들에 잇달아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25일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평가 방식 때문”이라고 했고, 26일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립유치원을 ‘치킨집’에 비유하며 “유아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기관인데 치킨집처럼 생각하고 유치원을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운영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학력 저하에 대한 책임 회피식 발언에,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만 보는 어불성설 비유가 이어지자 ‘임명 당시부터 자질 논란이 있어온 장관의 발언답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劉 학업 성취도 못 따라오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늘어난 데 대해 “평가방식 때문”

유 장관은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관련 질문에서 “학생들 기초 학력이 전년보다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매년 6월 전국 중3·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보게 하고 그 결과를 11월 말 발표해온 바 있다. 지난해에도 평가가 이뤄졌지만, 26일 오전 현재까지 그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유 장관은 이날 결과를 일부 언급하면서도 “(성취도 평가) 결과와 그 대책을 함께 내놓으려 예년보다 발표가 늦어졌다. 3월 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규정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각 학년 목표 성취수준의 2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한 학생을 뜻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문재인 교육부는 지역별 세부 통계는 제공하고 있지도 않고, 정부 출범 당시에는 학업 성취도 평가 방식을 모든 학생이 치르는 평가에서 3%의 학생만 치는 표집평가로 변경했다. 특히 이날 질문 역시, 표집평가 중 일부 과목(고2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9%로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날 유 장관은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일제 고사(전수) 방식보다 표집 조사로 평가할 때 기본적으로 낮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며 사족을 붙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새 학력측정 지표를 개발해 도입하겠다”며 측정기준을 바꾸겠다고도 한 바 있다. 유 장관은 이날도 “혁신학교가 출발할 때, 다른 학교에 비해 (기초학력이) 좀 낮은 학교에서 시작했다. 혁신학교이기 때문에 기초학력이 떨어진다고 일반화할 수 없다”며 “혁신 교육이 기초 학력을 높이기 위해 확산시켜야 할 수업 방식”이라고도 했다.

 

劉 “교육기관인데 치킨집처럼 생각하고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운영하면 안 돼”

유 장관은 ‘평가방식 때문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었다’는 발언 다음 날인 26일에는 라디오 방송에서 사립유치원을 ‘치킨집’과 비교했다. 전날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국회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육부가) 유치원을 전교조화하려 한다” “사회주의형 인간을 만들려 한다” “교육부는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바만 밀어붙인다” “정부가 내 재산을 마음대로 할 거면 차라리 유치원을 폐원하겠다“는 등으로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집회에 참석한 사립유치원장들이 유치원 인가증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집회에 참석한 사립유치원장들이 유치원 인가증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유총 측 집회에 앞서,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을 폐원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규정을 내세운 바 있다. 유치원 폐원이라는 ‘마지막 출구‘도 막은 셈이다. 이에 한유총 측은 집회에서 “(교육부 얘기는) 치킨집 사장이 문 닫는 데 종업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오라는 것과 똑같은 꼴”이라 주장했다. 이에 유 장관은 “유치원이 치킨집이냐”라며 “유아교육을 책임지는 교육 기관인데 치킨집처럼 생각하고 유치원을 운영해왔다면 이제는 운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치킨집과 유치원 두 업종은 모두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이다.  

유 장관은 이어 “에듀파인이 유치원 회계를 투명하게 하려 도입한 건데 낡은 색깔론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본인들 주장이 굉장히 궁색한 것을 오히려 보여주는 것 아니냐”라며 “제가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해서 대화를 안한 것은 아니다. 에듀파인 도입이나 시설사용료 등은 오래 전부터 교육부와 한유총 대표들하고 얘기 해온 문제”라고도 했다.

 

지적 이어져… “통계조작이다” “사립유치원만 비리집단 매도하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10월 공개한 자료 그래프 재구성.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7년 10월 공개한 자료 그래프 재구성.

교육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학교’를 비롯한 정책들이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2017년 10월 공개된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에 따르면,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당해 평균(4.5%)보다 크게 높았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26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혁신학교 등의) 학력 저하에 따라 일선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성과 측정과 경쟁을 통한 동기유발 도구인 시험을 부정적으로 보고 토론과 자유만 중시해, 학생들의 학력 자체를 알 수 없어졌다. 학력 측정 기준도 바꾼다고 하니, 이게 통계 조작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들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는 모든 사립 유치원에 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화 할 예정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25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사유재산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인정해주지 않고 이타심(교육 사명감 등)으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재산을 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김정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도 ”에듀파인은 정부가 실시간으로 사립유치원 회계처리를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현실성없는 회계 규제 등이 사립유치원을 모두 범죄 집단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상에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26일 “(유 장관은) 치킨집 사장들은 자기 이득밖에 모르는 사람들이고,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그래서 안 된다는 건가”라며 “유치원이 치킨집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한 업이라도 된다는 건가. 치킨집에는 (에듀파인 같은) 국가 회계 시스템이 불필요하다.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 자체가 철퇴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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