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 나와

한국수자원공사가 26일 노동조합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근로자참관제를 시행한다. 공기업으로선 처음으로 근로자참관제를 실시함에 따라 공공기관 노조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수공 노조는 26일 대전 본사에서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로 참석했다. 수공은 지난달 근로자참관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한 뒤 한 달간 노조와의 이견 조율을 거쳐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근로자참관제 시행에 따라 앞으로 회사 측은 이사회 안건을 늦어도 이사회 개최 1주일 전까지 수공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 노조 측은 근로조건뿐 아니라 경영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특히 향후 연봉이나 인사시스템 등 노조 측이 반발할 수 있는 민감한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될 경우 노사관계 갈등이 증폭되고, 소위 '떼법' 논리가 통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참관제 등의 본래 취지는 방만한 공기업 운영을 견제하자는 목적이지만, 우리나라 실정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온 바 있다. 

일각에선 근로자참관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법 개정 없이 근로자참관제를 대안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기획제정부에 따르면 수자원공사 외에도 총 9개 공공기관이 이달 중 이사회 운영 규정을 개정해 다음 열리는 이사회부터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관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자참관제는 노동이사제와 달리 근로자 대표에게 의결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모든 이사회 안건 자료를 사전에 받아볼 수 있고, 노조와의 협의에 따라 의장의 재량 하에 발언권이 주어질 수 있는 만큼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는 "노동참관제는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민감한 사항들을 노조측에게 오픈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노조측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관음증에 불과한 데, 그 이유는 회사의 향후 방향성이나 이익창출이란 문제와 관련해 노조측은 이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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