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칼럼]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 유감...판사가 법 만드는 사람인가?
[박기성 칼럼] 통상임금 범위 확대 판결 유감...판사가 법 만드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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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상임금 관련, 1심과 2심이 다른 널뛰기 판결 계속돼
정기상여금에 대한 2013년 대법 판결이 문제...다양한 해석 남발하게 만들어
대법 판결 전, 당시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의 기준 명시했어야...미루다 기회 놓져
판사의 임무는 판결하는 것이지 판사석에 앉아 법을 만드는 것 아냐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4일 대법원 2부는 인천 시영운수가 버스기사에게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초과근로수당을 소급해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추가로 지급해야 할 수당을 7억여원으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에서는 이 수당을 4억원으로 추정하여 이것을 지급해도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널뛰기 판결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것은 통상임금 관련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의 판결에 기인한다.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초과근로수당), 해고예고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등을 산정하는데 사용되는 기준임금이다. 초과근로수당은 통상임금에 50%를 가산한 150%이다(근로기준법 제56조). 통상임금의 개념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이 시행령 규정에 따라 대법원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정기성은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일률성은 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고정성은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에 그 지급 여부가 업적, 성과, 기타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1임금지급기간(1개월)을 초과한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최소한도로 보장된 성과급, 기술수당, 근속수당 등 각종 수당 등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게 되었다. 2017년에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기아차의 1심과 한국GM의 2심에서 상여금, 중식대, 업적연봉 등이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면서 경제계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대법원의 2013년 판결에 의하면 지난 3년 동안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신의칙(민법 제2조)이 적용된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민법 제2조1항). 구체적으로 ① 정기상여금에만 적용 가능, ②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상태에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인상 등 임금조건을 정하였을 것(이와 같은 합의에는 단체협약 등 명시적인 합의 이외에도 묵시적 합의나 근로관행도 포함됨), ③ 이후 근로자가 그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임금을 청구할 경우, 그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떠안을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사정이 있을 것(추가적인 재정적 부담이 그 정도에 이르지 않을 경우는 신의칙 적용 불가)의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근로자 측의 추가 임금청구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므로 이 세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이 안 되면 근로자 측의 추가 임금청구가 가능하다. 임금채권의 시효가 3년이므로 지난 3년간 정기상여금 중 반 정도가 신의칙이 적용 안 되어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매년 1/3씩 청구가 된다면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피용자보수(compensation of employees)가 2%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피용자보수가 766조2,029억원이므로 15조3,241억원이 상승하는 것이다.

역사에 ‘만약(if)’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 이전에 정부가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통상임금의 기준을 1개월 내에 지급되는 임금으로 명시하였다면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법원의 판결이 그 시행령의 통상임금 개념에 입각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기 전이나 직후에 이런 개정을 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2013년 5월 미국 GM 본사의 애커슨(Daniel Akerson) 회장은 방미 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하여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는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국에 8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까지 했으나, 고용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다 그해 12월 대법원 판결을 맞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2월 시작되어 12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10개월의 기간이 있었지만 관련 시행령 개정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은 대부분 근로자(피용자)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인상되는가는 사례별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따져봐야 하는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약간의 소송비용만 부담하면 그 몇 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100인 이상 기업 중 195개 기업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 관련 소송이 진행되었다고 하며 어느 기업에서는 무려 18건의 관련 소송이 있었다고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법리를 정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고정성 요건과 신의칙 적용에 대해 각 재판부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1개월을 초과한 주기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도하고 있었고 그 관행이 정착되어 있었다. 이것은 암묵적 계약(implicit contract)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관행을 무시한 대법원 판결에서 필자는 우리 법조계에 만연해 있는 사법적극주의(judicial activism)의 일단을 보게 되고, 미국 보크 판사(Judge Robert Bork)의 명언이 떠오른다. 판사의 임무는 판결하는 것이지 판사석에 앉아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It is a court’s task to adjudicate and not to “legislate from the bench.”)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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