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어 어젯밤 하노이 도착한 트럼프 “생산적 만남 기대...김정은, 현명한 선택할 것”
트럼프 “김정은이 그 어떤 누구에게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논의할 것”
2차 미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회담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에 전용기편을 통해 입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 에어포스 원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8시57분(한국시간 오후 10시57분)께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인사들과 악수를 하며 환담을 나눈 뒤 바닥에 깔린 레드카펫을 지나 11시11분께 전용차량에 탑승했다.
다음날 오전부터 공식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곧장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께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오께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만남이 예정돼 있다.
한편 김정은은 앞서 이날 오전 8시 1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전 10시 10분)께 전용열차편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후 11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1시)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 도착했다.
지난 23일 오후 5시 평양을 출발했던 김정은의 전용열차는 무려 약 66시간 동안 4500km를 달려 이날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김영철,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동행했다. 특히 김여정은 김정은이 하차하기 전 먼저 열차에서 내려 주변 상황을 살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실무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체류 중이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김정은 일행을 맞았다.
김정은은 보 반 트엉 베트남 공산당 선전담당 정치국원, 마이 띠엔중 총리실 장관과 짧게 대화를 나눈 뒤 그 뒤에 도열해 있던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27일 만찬을 시작으로 1박 2일 간 2차 미북정상회담 공식 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25일(현지시간) 오후 12시 34분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출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출발 약 2시간 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과의 만남을 위해 베트남으로 가고 있다”며 “매우 생산적인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도 이번 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표현했다. 그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북한은 순식간에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며 “그것(비핵화) 없이는 그저 지금과 같을 것이지만 김정은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직전에 열린 주지사협회 행사에선 “솔직히 말해 김정은이 그 어떤 누구에게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고 큰 소리로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좋은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비핵화를 원하며 김정은은 경제와 관련된 속도에 있어 많은 기록들을 세우는 나라를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알다시피 북한으로 유입되는 상품의 92% 정도가 중국을 통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은 매우 잘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협회 모임에서 ‘매우 위험했던 세계의 한 지역’ 즉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은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제재도 없애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며 “나는 (무기) 실험을 원치 않을 뿐이며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겐 특별한 느낌이 있고 매우 좋은 어떤 것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궁극적으론 그렇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미북은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영변, 동창리, 풍계리 등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지역을 명시하고 관련 시설을 검증하에 폐기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북 양자 종전선언을 하고, 상호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북 정상회담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합의문에 북한의 구체적인 핵미사일 시설을 적시하는 것이 주요 협상 대상이 되고 있다"며 "북한이 이미 폐기했다고 밝힌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외에 영변 핵실험 폐기를 명시하는 데도 의견 접근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시설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도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정도에 따라 영변 외 핵농축 시설의 폐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이른바 '플러스 알파'도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국 측의 상응조치로는 미북 양자 종전선언이 확실시 된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변이 없는 한 종전선언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에 양자 간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종전선언이 평화선언이나 불가침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북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도 주요 상응조치로 거론되고 있으며 양국은 이미 상대국 내 사무소 설치를 위한 장소도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추가로 트럼프 행정부 이후 결의된 대북제제 해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3~4월 김정은의 답방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미북이 한국과 미국 내 반대를 의식해 평화선언의 형식을 띠되 종전선언의 효과를 거두는 변칙적인 선언문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이 받아내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으며 경제적 부담은 모두 남한이 떠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원내부대표는 “특히 어제 청와대가 한국을 제외한 채 미북 간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한 발언은 나라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도 이날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독트린’의 시작”이라며 “이는 1969년 베트남과 대만에서 미군 철수를 불러온 닉슨 독트린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