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비율의 부유세를 주장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29). (사진 = 코르테스 인스타그램 @ocasio2018 캡처)
높은 비율의 부유세를 주장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29). (사진 = 코르테스 인스타그램 @ocasio2018 캡처)

자신의 사무실 내 고위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 하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미국 민주당 의원이 정작 자신의 임금은 깎지 않아 현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내 직원 누구도 연봉을 5만 2,000달러(약 5,800만원) 아래로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직원들에게 ‘생활 임금(living wage)’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사회주의식 임금 실험’이다.

미 의회에 근무하는 1년차 보좌진 평균연봉은 약 3,300만원인데, 코르테스는 차액인 1,500만원을 고위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 마련한다고도 했다. 코르테스 측 홍보 책임자는 “의원 사무실 연봉 상한은 9,0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의원 사무실 고위직 연봉은 1억 6,000만원을 넘는다. 7,000만원의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현지 언론들은 코르테스가 사무실에서 가장 높은 자신에게 가는 돈은 깎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 전문지인 ‘더 힐’은 25일(현지시간) “(코르테스는) 사무실 내에서 가장 높은 자신의 연봉을 손대지 않아 ‘당신 연봉부터 깎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은 쏙 빼고, 보좌진에게만 ‘사회주의식 임금 실험’ 부담을 지우는 셈이다.

코르테스는 지난해 선거에서 언급한 ‘초고소득 부자들에게 70%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 등도 회자되고 있다. 약자를 위한다면서,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겠다는 ‘위선’이라는 식이다. 2014년 12월 게시한 한 인스타그램(SNS) 글에는 범세계적으로 높은 부유세를 부과하자는 주장을 담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었다는 '인증샷'도 확인됐다.

‘생활 임금’을 강조한 코르테스에게, 현지 언론들은 의원의 생활과 의원 사무실 보좌진 생활을 대비시켜 이중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의원 비서실에는 ‘정치 꿈나무’ 들이 몰리지만, 보좌진에 5년 가까이 근무해도 평균 연봉이 우리돈 4,000만원 이하라고 한다. 그런데 워싱턴 월세는 200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부 보좌진은 주말에 ‘투 잡’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 워싱턴프리비컨은 최근 “코르테스가 워싱턴 DC 네이비야드 지역에 있는 럭셔리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코르테스는 지난해 당선 직후 “돈이 없어서 워싱턴에 살 곳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한 바 있다. ‘사회주의식 임금 실험’의 부담을 지는 코르테스의 고위 보좌진 중 한 명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아이 둘을 키우기가 쉽지 않게 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 = 코르테스 트위터 @RepAOC 캡처)
(사진 = 코르테스 트위터 @RepAOC 캡처)

미국 내 우파 방송으로 평가되는 폭스(FOX)뉴스는 “코르테스가 스스로의 연봉을 나눠줄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했지만, 코르테스 측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정활동 등을 소개하는 코르테스의 트위터에는 최근까지 그를 풍자하는 그림과 함께 “진실을 요구한다 이 사회주의자야”는 등의 비판성 답글이 올라와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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