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삼의 현대사 추적] '촛불혁명정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김용삼의 현대사 추적] '촛불혁명정권'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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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7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청운동사무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촛불, 횃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에 나선 세력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17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횃불을 들고 청운동사무소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촛불, 횃불을 들고 대통령 탄핵에 나선 세력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사진 연합뉴스 제공)

 

1. 분석의 대상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16일, 중국 방문 과정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하여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본다”면서 “3·1운동 100주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중국 방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 2017. 12. 16)이라고 연설했다.
대한민국 건국일이 1948년 8월 15일이란 사실은 이미 모든 논쟁을 통해 다 밝혀진 주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국의 건국일을 어떠한 법적·제도적·절차적 검증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제멋대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내의 좌파진영에서는 오래 전부터 1948년 8월 15일 건국설을 부정하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일이라고 주장을 해 왔다. 대체 이처럼 황당한 역사관과 의식구조의 뿌리는 무엇이고, 구성요인은 무엇일까?
한 인간, 혹은 한 인간이 속한 집단의 의식구조를 가장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인간, 혹은 그가 속한 집단이 생산한 말과 글을 분석하는 것이다.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통해 그와 문재인 정권의 역사의식을 도출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텍스트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대통령비서실이 발행한 위의 네 가지 문건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행했던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공석에서 행한 주요 연설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대통령의 공식 연설문은 그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국정운영에 대한 가치관, 대통령으로서의 역사인식, 개인적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다. 따라서 대통령 연설문은 대통령 개인과, 그를 보좌하는 스태프들의 세계관과 역사의식, 통치철학을 분석·평가하는 데 있어 훌륭한 대상물이자 증거가 된다.
2017년 5월 10일부터 2018년 5월 9일까지의 연설 내용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 기간이 문재인 정부의 성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집권 1년차의 말과 글이기 때문이다. 5년 단임제로 되어 있는 헌법 규정상 한 대통령이 집권하면 집권 1년차에 자신들이 설정한 정권의 통치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한다. 이를 위해 선거 캠프 인사들을 대거 국가 요직에 포진시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일상적인 통치 방식이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네 가지 텍스트에는 총 285편의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이 수록되어 있다. 네 번째 텍스트 『문재인 대통령 말글집 완전히 새로운 시작』은 그 동안 행했던 연설 내용 중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연설문 15가지를 선별하여 ‘국민이 사랑한 연설 15’라는 소제목을 붙여 놓았다. 즉, 네 번째 텍스트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의 통치철학과 가치관, 역사의식을 가장 정확히 집대성해놓은 자료인 셈이다. 

2. 촛불혁명 정부 선포 및 촛불헌법 개정 시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키워드는 ‘촛불’이다. 촛불로 자신들의 정권이 출범했고, 그것으로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것이 통치의 핵심 아젠다로 작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자신들을 ‘촛불혁명 정부’라고 정의하는가 하면, “촛불혁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출발점”([미국 방문] CSIS 전문가 초청 만찬 2017. 6. 30) ,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미국 방문] 대서양협의회 세계시민상 수상 2017. 9. 19)이라고도 했다.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고,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켰다”([미국 방문] 대서양협의회 세계시민상 수상 2017. 9. 19)고도 했다.
그는 또 “촛불정신을 계승하라는 국민의 열망을 담고 대통령이 되었다”([미국 방문] 대서양협의회 세계시민상 수상 2017. 9. 19)고 선언했다. 한국 국민은 촛불혁명을 통해, 헌법의 절차를 통해 “국민의 뜻을 배반한 대통령을 파면”했으며([미국 방문] 대서양협의회 세계시민상 수상 2017. 9. 19), “1년여 전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쓴 대한민국이 이제 정의로운 나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선언했다([필리핀 방문] 필리핀 동포 간담회 2017. 11. 14).

심지어 외국 방문길에서도 “만나는 분들이 한국의 촛불혁명을 부러워하며” 찬사를 보내주었다고 했고([독일 방문] 독일 동포 간담회 2017. 7. 5), 촛불혁명을 유엔정신과 연결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말로 유엔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미국 방문] 유엔총회 기조연설 2017. 9. 21)이라는 주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이 “4·19 혁명과 부마항쟁, 5·18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이 당당하게 피운 꽃이며, 촛불은 미완의 6월 민주항쟁을 완성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제30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 2017. 6. 10)이라고 연설했다. 급기야 “5월 광주는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으며,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2017. 5. 18)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는 또 “촛불정신의 항구적 구현을 위해 새 정부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 국정과제 보고대회(2017. 7. 19)이라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19대 대통령 취임식 2017.5.10)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을 일으키기 이전까지의 대한민국은 나라가 아니라 그저 지옥이나 다름없는 “헬조선”, “흙수저와 금수저”로 상징되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별이 너무나도 심각한 구제불능의 나라였다. 그 결과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광장을 가득 채운 나라”(취임 100일 기자회견 2017. 8. 17)였다.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에 의하면 이처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목불인견의 나라를 뒤엎고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촛불혁명을 일으킨 셈이다. 혁명이든 쿠데타든 그것을 실행한 주체들은 혁명정신을 항구적으로 실천하고, 또 혁명을 정당화하기 위해 개헌을 들고 나온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 후 3공 헌법을 제정했고, 전두환 정부가 12·12와 5·18에 이르는 다단계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후 5공 헌법을 제정한 것이 그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들의 정부를 “민주적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 즉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미국 방문] 유엔총회 기조연설 2017. 9. 21)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따라서 “헌법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던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국민개헌안 발표 SNS 메시지 2018. 3. 26)하기 위해 개헌은 필수적인 사안이 되었다.
그들은 개헌을 통해 현행 6공 헌법을 폐기하고, 새롭게 제정한 촛불헌법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고자 하는 종착역은 어떤 모습의 나라를 뜻하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윤곽이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나라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모든 특권과 반칙·불공정을 일소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국정과제 보고대회 2017. 7. 19)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나와 내 가족의 삶을 든든하게 지켜 주는 나라다운 나라”(건강보험 보장 강화 관련 현장 방문 2017. 8. 9) 
▲“청와대부터 아래는 공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적인 지위와 권한이 사익을 위해 사사롭게 행사되지 않는 나라”(제1회 정부혁신전략회의 2018. 3. 19)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고, 광주정신을 계승하는 나라”(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2017. 5. 18)

이러한 거창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 개정작업이 시작되었다. 헌법이란 국가의 통치조직과 작용의 기본 원리와 국민 기본권을 규정하는 근본 규범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촛불헌법의 성격을 “촛불광장의 민심을 구현하기 위해서”라고 선언했으니, 아무리 “국민 여론 수렴” 운운하는 과정과 절차를 거친다 해도 자신들의 정의에 충실한 개헌안이 제시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3. 문재인 정부 역사인식의 근거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13일 새 헌법안 제정을 위해 33명으로 구성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그 위원장에 정해구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를 임명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명지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를 취득한 정해구는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성격을 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자문위원을 비롯하여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이념적 동지다.
그런데 헌법 제정을 위해 선정된 33명의 자문위원 명단이 발표되자 자유한국당은 2월 14일, 원내 대변인 논평에서 “통진당 해산 심판 사건의 통진당 측 참고인, 이적단체 한총련 의장 출신, 노무현 정부 인사, 문 정부 캠프 인사 등 코드인사, 좌편향 인사들로 꽉꽉 채웠다”며 “사실상 자문위를 앞세워 반쪽개헌, 집권연장 개헌을 하겠다는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코드 인사, 좌편향 인사”로 비판받은 사람들은 다음 표와 같다.

                                                   헌법제정 자문위원 중 ‘코드 인사’로 비판받은 사람

특히 자유한국당은 헌법자문위원장으로 선정된 정해구 교수에 대해 “저서에서 김일성 공산주의를 성공한 반제반봉건 민주주의혁명으로 찬양한 인사”라며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정해구 교수가 어떤 주장들을 해 왔기에 제1야당이 한 인물에 대해 이처럼 거친 성명을 발표한 것일까?
정해구 교수의 이념적 성향과 역사관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한길사가 발간한 『해방전후사의 인식4』에 수록되어 있는 「해방 8년사의 총체적 인식」이라는 논문이다(최장집·정해구,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최장집 외 지음, 『해방전후사의 인식4』, 한길사, 1993, 11~48쪽).

「해방 8년사의 총체적 인식」에 담긴 메시지

최장집·정해구 공동저자로 되어 있는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들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제의 지배체제는 고유의 모순 구조로 인해 해방과 더불어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이 요구되었다고 주장한다. 즉 혁명주체세력이 인민정권을 수립하고, 이들이 국가권력을 바탕으로 식민잔재 척결을 위해 친일파·민족반역자 처벌과 일제 및 친일 매판자본가 기업의 국유화를 통해 식민 잔재세력의 물적 기반을 박탈하고 그들의 정치적 지위를 약화시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이 논문을 통해 주장하는 혁명세력은 노동자·농민 등 기층민중이고, 이들은 조선공산당·조선인민당·남조선신민당을 통해 정체세력화 되었다(좌익세력). 반면에 그들이 타도해야 할 반(反)혁명 세력은 미군정을 중심으로 한 지주계급·매판적 자본가·친일친미파로서 이들은 한민당과 이승만 세력을 통해 정체세력화 되었다(우익세력).
저자들은 혁명 대 반혁명 구도로 해방공간을 가르면서 자연스럽게 혁명세력은 선(善), 반혁명세력은 악(惡)의 구도로 설정했다. 즉 해방 전후사의 기본 축을 혁명적 한국 민중과 미국 제국주의의 대립 구도로 설정하고, 그 전제로 북한을 민족의 ‘민주기지’로 평가한다(이영훈,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 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책세상, 2006, 47쪽).

해방공간에서 혁명세력과 반혁명세력은 새 정부 수립에 있어 국가권력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놓고 격돌했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미소공동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조선민주주의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연합군이 이 정부와 협의하여 5년간 신탁통치를 실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한에 주둔한 미 점령군은 반민족적인 지주·자본가·친일관료·친미세력을 반혁명세력으로 묶어 혁명세력을 탄압·분열·약화시켰고, 민중조직역량에 대해 무력적 파괴를 통해 반혁명 분단정책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각으로 볼 때 1946년 7월 말 박헌영이 신전술을 채택하여 미군정을 상대로 파업·폭동·무장공격에 나선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스탈린이 박헌영을 모스크바로 불러 신전술을 지령했고, 그 지령에 의해 1946년 9월부터 파업·폭동에 나섰던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
저자들은 미소공위가 결렬되자 미국은 분단정권 수립을 공개적으로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유엔을 동원했고, 분단정권 수립이 분명해지자 남한의 정치세력은 분단 지지세력(반혁명세력)과 분단 반대세력(혁명세력)으로 재편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 주장에 의하면 분단 반대세력은 남로당을 중심으로 미군정에 저항하기 위해 1946년 10월 대구에서 발생한 ‘10월 인민항쟁’을 벌였다. 또 단선단정(單選單政)을 저지하기 위해 ‘2·7 구국투쟁’, ‘4·3 제주민중무장봉기’, ‘5·8 총파업’을 일으켰다(‘   ’ 안의 용어는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의 공동저자인 최장집·정해구가 사용한 용어다).
그들은 해방 공간에서 발생한 모든 폭동·반란은 ‘민중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이를 진압하는 행위는 ‘미군정의 폭력적 진압’(최장집·정해구,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최장집 외 지음, 『해방전후사의 인식4』, 한길사, 1993, 27쪽)으로 정의한다. 혁명세력은 미군정에 무장투쟁으로 저항했으나 실패했고, 그 결과 민족이 분단되고 대한민국이 성립했다고 말한다.

6·25, 남침·북침 따지지 말라

이 논문의 저자인 정해구는 남한에서는 미군정의 폭력적인 탄압으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 실패한 반면, 북한에서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민중들의 혁명열기가 소련군의 후원이라는 유리한 조건 속에서 식민 잔재와 봉건 잔재를 척결하는 혁명 성공으로 이어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다고 주장한다. 소련으로부터 공산화 법률을 제공받아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빼앗고, 기독교인들을 숙청하고, 주민의 재산을 국유화한 미증유의 공산화 정책을 정해구는 ‘민주개혁’이라고 정의했다(최장집·정해구,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최장집 외 지음, 『해방전후사의 인식4』, 한길사, 1993, 30~31쪽).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한을 반혁명세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민족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민주기지’라고 주장한다. 해방공간의 상황을 이런 식으로 분석·기술하는 논리의 종착역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가 된다.
정해구 논문의 주장을 요약하면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정의롭지 못한 반혁명세력이 외세를 등에 업고 당시 국민들의 뜻과는 달리 분단정권을 수립한 ‘정의롭지 못한’ 행위가 된다. 반면에 대구 폭동을 비롯하여 단선단정을 막기 위한 제주 4·3 제주폭동 등 일련의 폭동 반란 행위는‘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의롭고 숭고한 투쟁’이 된다.
정해구는 위의 논문에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위해 인민정권을 세우고자 했던 혁명세력(좌익세력)은 분단정권이 수립되자 이승만 정권에 저항하고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무장투쟁으로 나갔으며, 이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것이 ‘한국전쟁’이라고 주장한다.
6·25 전쟁에 대해서도 정해구와 최장집은 김일성의 남침이니, 스탈린의 음모 따위의 용어는 다 집어치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한국전쟁은 일제하부터 시작되어 해방과 분단과정을 통하여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던 국내적 갈등의 최종적 판가름”(최장집·정해구,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최장집 외 지음, 『해방전후사의 인식4』, 한길사, 1993. 33쪽)이라는 것이다. 즉 남한의 반혁명·반민족 정권과 북한의 혁명적·민족적 ‘민주기지’ 정권이 군사적으로 충돌(이영훈,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 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책세상, 2006, 44쪽)한 행위가 된다.
그 결과 저자들의 인식 속에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가를 따지는 행위는 졸렬하고 의미  는 시간낭비 행위가 된다. 정해구와 최장집은 “남침이냐 북침이냐의 전쟁 발발 책임의 문제가 과대하게 고려될 필요는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왜냐. 한국전쟁은 “국내외적인 갈등이 심화된 결과이지 단지 어느 한 쪽이 총을 먼저 쏘아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우연적 사건이 아니기 때문”(최장집·정해구,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최장집 외 지음, 『해방전후사의 인식4』, 한길사, 1993, 36쪽)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3년에 걸친 전쟁을 계기로 혁명세력인 북한은 본격적으로 사회주의혁명을 완결했고, 자립적 민족경제 정책으로 나갔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는 단일 지도체제, 사상적으로는 자주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주체사상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혁명세력인 남한은 세계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어 종속적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반공체제가 구축되었다고 비판한다.

‘분단의 원흉’이 미군정과 그 협력자들?

좌파 민족주의 역사학은 남한의 미군정과 그 협력자들이 분단의 책임자라고 매도한다. 하지만 비밀 해제된 구 소련 문서들로 인해 이러한 주장은 완벽 사기극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구 소련 문서들은 북한을 점령한 소련군과 그 협력자들이 남쪽보다 훨씬 일찍 확고부동하게 독자적인 공산화 된 분단국가 건설에 총력전을 전개했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정식 교수의 「냉전의 전개과정과 한반도 분단의 고착화」 라는 논문(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1』, 책세상, 2006, 13~56쪽에 수록되어 있다)은 그 내용증명에 해당하는 기념비적인 논문이다.
이러한 증거들에 의하면 한반도에 분단정권이 수립된 원흉은 소련과 이에 협력한 북한 공산주의자들, 그리고 그들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서 소련과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협력한 남로당 세력이라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이다.
문재인의 정치적 스승이자 동지였던 노무현은 최장집·정해구 등의 좌파 학자들이 쓴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탐독하고 운동권이 된 인물이다. 그는 2003년 3·1절 기념식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는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고 대한민국에 모욕을 퍼부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도덕적 가치와 정통성을 명백하게 부정하는 선언이었다.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대한민국이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일파와 민족반역자들이 분단정권으로 세워낸 더러운 이 나라를 뒤집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선(善)의 행위’가 된다. 때맞춰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의식에 걸맞는 내용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보급되면서 대한민국 건국사를 둘러싼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촛불헌법안’을 마련하는 데 주역이었던 정해구, 그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 핵심 지도부 인사들의 역사관·이념·사상체계의 핵심 키워드는 ‘민족’과 ‘혁명’이다. 다시 말하면 민족 지상주의와 민족혁명 필연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민족 지상주의, 민족혁명 필연론

‘민족’이라는 단어는 1904년 러일전쟁 이후 일본에서 수입된 것이다(백동현, 「러일전쟁 전후 ‘민족’ 용어의 등장과 민족의식」, 『한국사학보』10, 고려사학회, 2001). 아무리 시대를 올려 잡아도 20세기를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민족’이란 개념은 1904년 이전에는 이 땅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허구의 개념이다. 민족주의를 연구한 베네딕트 앤더슨은 『상상의 공동체』라는 저서에서 “민족, 민족성, 민족주의 이 모두는 분석은 고사하고 정의하기도 매우 어렵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과학적 정의조차 애매모호하고,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민족’이란 용어는 한국 사회에서 폭발적인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한스 울리히 벨러는 『허구의 민족주의』란 저서에서 민족주의는 구약성서의 선민의식을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그 결과 자기 민족이 아닌 모든 적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삼는 것이 민족주의의 특징이 되었다. 
민족주의는 본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이념이다. 그것은 자기 민족의 우월함을 주장하고 증명하기 위해 다른 민족들을 깎아내린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톰 네언은 “민족주의는 신경병처럼 피할 수 없는 현대 발전이론의 병리학”이라고 비판한다. 신경병처럼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여차하면 백치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세계에 떠맡겨진 무력감이라는 딜레마에 뿌리를 두었으며, 대체로 치유할 수 없는 난치병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역사에서 민족 지상주의가 야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박지향 교수는 “우리 민족은 대단히 우수한데 다른 나라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식민 지배와 민족분단의 비극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말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한다(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1』, 책세상, 2006, 13~14쪽).

민족 지상주의의 또 하나 문제점은 민족이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고 지고지선의 우월한 위치를 점유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점이다. 이러한 민족 지상주의가 낳은 사생아가 ‘우리 민족끼리’라는 용어다. ‘우리 민족끼리’ 앞에서는 인권과 자유 따위는 하찮고 거추장스러운 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문명사는 이기적 본성의 인간 개체를 출발점으로 하여, 그 인간을 둘러싼 가족과 친족의 역사 마을과 단체의 역사, 사유재산과 화폐의 역사, 재분배와 시장의 역사, 문학과 예술과 사상의 역사 등 문명소의 역사로 구성된다(이영훈,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 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책세상, 2006, 56쪽).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인간·가족·친족·촌락·사상·종교·예술 등등 모든 것을 제쳐놓고 민족이 지고의 우선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일까?
민족의 존재에 대해 한스 울리히 벨러는 『허구의 민족주의』란 저서에서 서양 각국이 근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정치구조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족주의를 고안했다고 말한다. 즉 정치적 목적에서 ‘민족’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제 시대가 흐르고 가치관도 바뀌었으니 민족의 최면에서 벗어나 헌법국가, 법치국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스 울리히 벨러의 주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21세기의 개명천지에 ‘민족’, ‘우리민족끼리’를 무소불위의 무기로 사용하여 이 나라의 이념과 사상, 가치관과 남북관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20일, 김정은과 백두산에 올라 두 손을 맞잡은 세레머니가 그 적나라한 증거다.

남한을 사회주의 통일국가로 혁명해야 한다고 주장

문재인 대통령과 그 정부를 구성하는 인사들을 휘어잡는 또 하나의 마술적 용어는 ‘혁명’이다. 최장집·정해구의 앞서 소개한 논문에 의하면 남한에서 진행된 해방전후사는 어떤 혁명이 좌절되는, 그래서 미완의 혁명이 과제로 남는 역사였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이영훈 교수는 최장집·정해구의 논문에 대해 그들이 주장하는 해방공간은 북한 정권의 주장을 옮긴 것일 뿐 사실이나 사료로 입증되지 않는 허구이며, 저자들은 그러한 사료의 수집과 분석도 하지 않은 채 그것이 마치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이 쓴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논문은 저자들이 “단지 그렇게 믿고 싶은 사안을 그렇게 믿고, 선전하고 있을 뿐이며, 따라서 역사와 정치가 구분되지 않았음을 후세에 알리는 좋은 징표”라는 것이다(이영훈,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 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책세상, 2006, 44~45쪽).
이영훈 교수는 자신의 논문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에서 최장집·정해구의 「해방8년사의 총체적 인식」 논문은 1930~40년대 중국공산당의 이른바 ‘신민주주의혁명’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신민주주의혁명’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불거져 나온 것이 1980년대 후반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사회구성체 논쟁이다. 사회구성체 논쟁은 1980년대 한국 사회를 다음과 같은 구도로 그려냈다.
①한국 사회는 미 제국주의 지배 하의 식민지다.
②남한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했다고 하나 민족분열이 고정화되고 자립적 민족경제의 기본이 파괴되었다면 반봉건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③이러한 남한 사회의 변혁을 위해서는 ‘민족 전체적’ 시각이 요구된다.
④이 점은 남한 사회의 변혁운동이 한국전쟁을 전후한 혁명 운동의 전통 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⑤북한 사회주의 건설 과정의 철학적 기초가 된 주체사상을 남한 변혁을 위한 사상적 기초로 삼아야 한다.
⑥이러한 역사적 전제에서 남한에서의 변혁 운동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제1단계로서 노동계급의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이다(조희연, 「80년대 사회운동과 사회구성체논쟁」, 박현채·조희연 엮음, 『한국사회구성체논쟁』1, 도서출판 죽산, 1989, 27~28쪽 참조).

이러한 논리구조의 연장선에서 해방 당시의 혁명 정국을 계승하여 1980년대 남한을 사회주의 통일국가로 혁명해야 하며, 이미 혁명을 성취한 북한으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이영훈 교수는 “1980년대에 이르러 한국의 자칭 진보적인 정치 세력과 지식 계층이 북한의 수령 체제를 민족사의 정통으로 자리매김하고 그로부터의 협조와 지도하에 남한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수행하겠다는 깃발을 높이 내걸었던 기이하기 짝이 없는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되어야 좋은가?”라고 강력 비판했다(이영훈, 「왜 다시 해방 전후사인가」, 박지향·김철·김일영·이영훈 엮음,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책세상, 2006, 49쪽).
1980년대 사회구성체론 운운하던 그 조잡한 논리체계에 함몰되어 있고, 세계사의 흐름에 기이할 정도로 무지했던 세력들이 참혹한 집단 오류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졌는가? 아니다. 그들은 구 소련 붕괴, 동구권 해체라는 사회주의·공산주의 폭망의 위기를 딛고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그들은 ‘민주화’라는 선동무기를 앞세워 한국 사회 곳곳의 진지를 점령하고, 급기야 촛불혁명을 통해 권력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종족적 민족주의에 깊이 뿌리박은 ‘친일파 단죄’라는 한국인들의 원초적 본능을 만능의 무기로 동원했다.


4. 문재인 정부, 잘못된 역사인식이 빚은 기행과 파행


최장집·정해구 류의 좌파적으로 크게 오염된 역사인식을 완벽하게 이어받은 문재인 집단은 촛불시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 나라의 집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역사인식은 근본적으로 반(反)대한민국·반미·반일·반자유민주·반시장적인 동시에 친북·친중국·친사회주의적이다.
촛불혁명 세력은 자신들의 역사적 정당성과 정통성을 동학란→3·1운동→상해 임시정부→4·19→5·18→촛불혁명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역사적 정통성에 입각하여 그들은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2019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중국 방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 2017. 12. 16)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최근 정부 공식 용어에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란 용어가 잠복했는데, 이것은 뜻 있는 인사들의 팩트(fact) 오류 지적이 제기되자 자기들의 본심을 잠시 숨겨놓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본심은 “2019년에 맞이하는 임시정부 수립 및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살려내는 것이 대한민국이 국격 있는 나라로 우뚝 서는 길”([중국 방문]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방문 2017. 12. 16)이라는 연설에 잘 표현되어 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설을 부장하는 논리의 배후에는 대한민국은 반민중·반민족·반민주의 반혁명 세력이 외세와 결탁하여 만들어낸 분단정권으로서, 민중·민족·민주혁명에 의해 타도되어야 할 불의(不義)의 체제라는 의미가 저변에 잠복해 있다.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은 두 달 후인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결과 의결정족수인 재적 3분의 2를 채우지 못해 폐기되었다. 하지만 개헌안이 공개되면서 숱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문재인 정부 개헌안 논란

정부의 개헌안이 공개되기 전인 2018년 2월 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헌법 전문에서 삭제하고, 통일의 방향을 설정한 헌법 제4조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자유’를 빼는 내용의 개헌안 초안을 마련한 사실을 언론이 보도했다. 즉 현행 헌법 제4조의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부분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꾸려 한 것이다.
이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사실상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부정한 ‘사회주의 헌법’으로 개정하려는 것 아니냐”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민주당의 개헌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사회주의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정태옥 대변인은 “해방 이후 한국의 이념적 정체성을 이끌어 온 것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였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의 부정은 곧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지향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자유와 평등은 헌법에서 똑같이 존중하는 가치기 때문에 자유는 결코 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같은 이유로 평등도 뺄 수 없다”고 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표현이 헌법 전문(前文)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72년 유신헌법 때다. 1987년 현행 헌법으로 개정될 때 제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조문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 좌파 인사들은 ‘자유민주’란 표현은 반공 이데올로기의 잔재라면서 삭제해야 마땅하며, 그 대신 민주주의란 표현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자유’란 개념은 18세기 서구 근대 시민사회 형성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국가권력의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작가 복거일은 “자유민주주의는 국가 권력에 대항해 개인의 독립성과 인권 보장을 중시하는 게 핵심”이라며 “개인이 스스로 인권을 방어할 핵심 수단이 사유재산이기에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와도 밀접히 연결된다”고 했다(「조선일보」, 2018년 2월 3일). 
박인현 대구교대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자유’를 배제한 ‘민주주의’를 거론한 것은 북한과의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는 인민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까지도 포용한다는 것이다(최대권, 「헌법의 ‘자유’ 삭제는 대한민국 부정(否定)」, 문화일보, 2018년 2월 5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민주주의는 “다수가 원하는 것이라면 소수는 다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아무리 다수가 원하더라도 침해해서는 안 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를 삭제하고 ‘민주주의’라고 명기한 개헌안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가 격렬한 비난이 제기되자 몇 시간 만에 취소하면서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헌법 4조 개정 논란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정신, 촛불혁명 정신 등이 담길 것인지에 대한 여부도 뜨거운 관심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 식사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5·18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으려고 시도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헌법개정안의 전문(前文)에는 5·18 민주화 운동과 부마항쟁, 6·10 항쟁을 계승한다는 점이 추가되어 “4·19혁명,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 통일의 사명을 바탕으로”라고 명기되었다. 기본권 분야에서는 생명권, 안전권 등이 추가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토지 공개념’을 새로 도입했고, ‘경제 민주화’ 조항에는 소상공인을 배려하여 ‘상생’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또 헌법 총강에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못 박고, 지방 정부의 예산권, 행정권 등 권한을 강화했다.
이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문재인 정부의 헌법개정안이 권리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꿔놓았다는 점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국민’이 사라지고 그 뜻이 애매한 정체불명의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폐기된 헌법개정안은 물론, 통치철학 곳곳에서 느닷없이 ‘사람’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권리의 주체를 칭하는 용어는 백성(百姓)·신민(臣民)·인민(人民)·국민(國民)·시민(市民)·공민(公民)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 문재인 정부가 등장시킨 ‘사람’의 학문적·법률적·보편적 정의는 이중 어디에 해당하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박근혜 후보와 격돌했던 지난 2012년 대선 때 “사람이 먼저다”란 슬로건을 들고 나오면서부터였다. 2012년 7월 15일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의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라고 정했습니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어보자는 거죠.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라고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는 여러 해 동안 나의 정치 철학을 표현하는 슬로건”이었고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미국 방문] 유엔총회 기조연설 2017. 9. 21)고 주장했다. 하지만 분석 대상으로 삼은 네 가지 텍스트를 비롯하여 그가 지금까지 행한 발언이나 연설에도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이나 정의는 없다. 다만 사람중심 경제에 대한 설명이 발견되는데,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우리 정부의 새 경제정책은 ‘사람중심 경제’를 지향합니다. 국민과 가계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발상의 대전환입니다. 핵심은 일자리입니다. 일자리를 늘리면 가계소득이 높아집니다.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활성화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성장이 다시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것입니다.”([미국 방문] 한미 비즈니스 서밋 2017. 6. 28) 
각론은 존재하는데, 핵심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구호가 난무하다 보니 사회 일각에서는 문재인의 구호가 북한 주체사상과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대중용)』에 게재된 북한 헌법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인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는 내용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대중용)』에 게재된 북한 헌법 제3조 내용 중 사람중심 세계관 부분.

상식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북한의 주체사상에 등장하는 ‘사람’이란 용어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일반적인 사람,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란 “혁명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처럼 공산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모든 용어는 언어의 2중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용어혼란전술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슬로건이 주체사상과 관련 있는 것처럼 일간지에 신문광고를 게재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 씨가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뜻하는 용어의 정의와 본질이 무엇인가를 지금이라도 알아야 할 때가 왔다.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요구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람중심’ ‘사람이 먼저다’ 등등의 용어는 알게 모르게 우리 유권자와 납세자들의 인식체계를 파고들고 있다.  


5.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도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문재인 정부 참여자들의 대다수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극렬 반대했다. 북한을 미화 찬양하고 대한민국 현대사를 시궁창으로 만든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를 계속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쳐보고자 추진된 국정교과서 편찬을 반대하기 위해 ‘국정 역사 교과서 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고 촛불혁명 정권이 출범했으니 그들 취향에 맞는 역사교과서 개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 주도로 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하여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試案)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경희 교수(영산대)의 연구에 의하면 이번 역사교과서 개정안의 심각한 문제는 명백하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교과서를 편찬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통성은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번 개정안은 이 사실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발견된다. 정경희 교수는 이번 중고교 역사교과서 개정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정경희, 「현정부 역사교과서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이승만학당 특강, 2018. 10. 27)
①대한민국 수립을 위한 제헌의원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이 폭동을 일으킨 제주 4·3사건까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에 포함시키고 있다. 
②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남한 때문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즉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이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분단정권이 수립되었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남한에 정부가 수립되자 이어서 북한에도 정부가 들어섰다고 기술토록 함으로써 이승만을 분단의 원흉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③대한민국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해방 직후의 통일정부 수립 노력이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남북한에 각각 정부가 들어서는 ‘분단체제’가 형성되고 말았으니 어떻게 해서든 분단을 극복해서 우리 민족이 하나의 통일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이기에 결코 나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역사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④“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유엔 승인 사실을 교과서에 서술하도록 했던 기존의 집필기준을 아예 빼버렸다.
⑤대한민국은 최대한 깎아내리고 북한은 무조건 감싸고돈다.
⑥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이 반공을 빌미로 독재를 했다고 낙인찍는다.
⑦남한과 북한이 둘 다 ‘독재’를 한 것으로 교과서를 서술함으로써 북한 김 씨 왕조와 남한의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똑같은 독재자 반열에 올려놓는다.
⑧대한민국이 이룩한 경제성장이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임을 부정한다. 이승만, 박정희가 아니라 누가 집권했어도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는 주장을 펼치라는 것이다.

⑨산업화의 공은 지워버리고 민주화의 공은 부풀린다.
⑩북한에 불리한 사실은 전혀 서술하지 않고 누락시키거나,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한다. 북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용은 모두 빼버리고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⑪북한의 3대 세습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북한을 ‘사회주의 체제’로 포장한다.
⑫일제시기 사회주의 운동을 강조함으로써 일제시기에 우리 민족이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려는 운동을 벌였고, 이를 통해 한반도에 사회주의가 일찍부터 존재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사회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려 한다.

역사교과서 개정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 삭제

더불어민주당이 2018년 2월 초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버리고 “민주주의”로 바꾸는 개헌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취소한 사실을 앞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2018년 1월 말에 나온 문재인 정부의 역사교과서 개정 시안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아예 빼버렸다(「교과서 집필기준 초안서 ‘자유’가 빠졌다」, 「조선일보」, 2018년 2월 3일).
이와 관련, 정경희 교수는 “이번 역사교과서 개정안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꿔서라도 남북통일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정경희, 「현정부 역사교과서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이승만학당 특강, 2018. 10. 27)
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꿔서라도 통일만 이루면 된다는 통일지상주의는 문재인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세력들의 역사관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을 편드는 자신들의 역사관을 중고생들에게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중고생 역사교과서에까지 반대한민국·친북적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담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6.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어떤 나라?


지난 2018년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김영남이 참석했던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에서 신영복 교수를 “내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이라면서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서 ‘원시적 우정’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의 우정이 강원도의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리라 믿습니다”(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2018. 2. 9)라고 연설했다. 다음날 김영남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신영복의 서화 ‘통(通)’자와 이철수 화가의 판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해 마지않는 “신영복 선생”은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1968년, 북한 노동당의 지령과 자금을 받아 움직였던 반체제 지하조직인 통일혁명당(이하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신영복은 1988년에 전향서를 쓰고 수감생활 20년 만에 가석방된 후에도 사회주의(혹은 공산주의) 사상을 유지했으며, 일관되게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한국을 비난하는 활동을 벌였다. “북한은 주체성을 강화한 반면, 남한은 개방을 통해 문화적 물질적으로 성장했으나 민족 주체성을 잃고 종속화 되었다”라는 식이다.
신영복은 “성장에 대한 어떤 환상, 이것이 바로 자본의 이데올로기다. 그런 의미에서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유럽의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성장을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제로성장론이 마음에 든다”(「월간 말」, 1996년 8월호 인터뷰)면서 성장론에 제동을 거는가 하면, “교도소에 들어가 일제하, 만주 팔로군, 대구 10·1사건, 구빨치산·신빨치산… 그분들을 만나면서 단순히 역사로서 이해하던 해방 전후의 정치상황을 피가 통하고 살이 통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로서는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그런 힘들이 우리 사회의 저변에 잠재해 있다”(「월간 길」, 1993년 5월호 인터뷰)고 혁명투쟁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을 분석하면서 발견된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인식체계가 신영복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나 정당성, 국가라는 인식은 그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의미도 모호한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식이 나열되어 있다.
문재인의 가치관 속에 ‘빨리빨리’라든가 ‘한국의 1년은 세계의 10년’ ‘시간은 돈이다’ 같은 속도 우선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산업사회적 가치관은 하루빨리 버려야 할 사회적 악(惡)으로 치부한다. 시간과 비용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이 더불어 잘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그에게는 선(善)이 된다.
그에게 있어 ‘나라다운 나라’는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나라”(수석·보좌관회의 2017.12.11.)
,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고,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날 수 있도록”(수석·보좌관회의 2017.12.11.) 하는 나라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만이 정의로운 진짜 정부
 
심지어 대의민주제(代議民主制·representative democracy)는 그다지 쓸모가 없거나, 때로는 민의를 왜곡하는 악(惡)이며, 직접민주제(direct democracy, 혹은 pure democracy)는 선(善)이 된다. 따라서 자기들 시각으로 볼 때 정치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는 순간 “직접 촛불을 들거나 댓글을 통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하고, 정당의 권리당원으로도 참여한다. 그리고 정부에 정책을 직접 제안해 그것을 반영하도록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2017. 8. 20)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국회 의결 등 여론수렴 절차 없이 여차 하면 ‘사람’이라 불리는 군중들이 촛불·횃불을 들고 몰려나와 청와대를 포위 겁박하여 권력을 바꿔치는 변혁을 이루어내는 것이 일상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탄핵을 불러 온 광장의 촛불은 대한민국의 공화주의 법치를 근본적으로 손상시킨 핵심 동력원이었다. 말이 직접민주제일 뿐 그것은 떼법이었다. 지난 탄핵 정국을 복기해 보면 광화문으로 몰려나온 촛불세력의 난동은 중공 문화대혁명의 복제품이었다. 여차 하면 촛불 들고 광장으로 몰려나와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를 뒤엎으라고 선동하면, 이것을 법치가 작동하는 정상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제7기에 해당하는 문재인 정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도 대한민국의 이념 체제 및 탄생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한민국의 탄생과정은 유엔총회의 결의에 의한 1948년 5·10 제헌의회 성립을 위한 총선, 제헌의회에서 헌법과 국호 제정, 대한민국 건국, 유엔의 승인이며, 이념 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국가의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만이 정의로운 진짜 정부임을 강력하게, 그것도 반복적으로 천명했다. 그 하나의 사례를 소개한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2017.5.18.)

이러한 가치관의 연장선상에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담고,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며, 5·18 민주화운동을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 2017.5.18.)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절차가 된다.
나아가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이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2017.5.18.)하는 행위이니 어느 누구도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되는 숭고한 행위로 자리매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이념 및 체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애오라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19대 대통령 취임식 2017.5.10.)를 만드는 데 온통 시선이 쏠려 있다. 그들이 말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즉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로 이어온 나라는 “이게 나라냐”,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19대 대통령 취임식 2017.5.10.)
, “군사독재”의 몹쓸 나라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며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이루고 싶어 했던 ”(19대 대통령 취임식 2017.5.10.) ‘새로운 대한민국’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1987년의 민주항쟁 및 좌파정권으로 분류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지난 2017년 3월,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라는 책을 발간했다. ‘박정희, 87년, 97년 체제를 넘어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탄핵정국과 문재인 정부의 등장을 ‘체제 변혁의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손호철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이 박정희 때문이라는 인식은 왜곡된 신화라고 평가 절하한다. 즉 고도성장의 원인은 박정희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1979년 경제의 실패로 죽어야 했으며, 97년 경제위기로 박정희 향수가 살아났지만 사실은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은 박정희 모델이라는 점에서 박정희 향수는 “위기 때문에 위기의 원인제공자를 그리워하는 희극”이라고 비판한다.


7. 북한은 ‘적(敵)’이 아닌 친구?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인지되는 또 하나의 사실은 남과 북의 존재를 객관적인 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남북은 분단정부이니 통일을 실현하는 대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북한에 대해 유화적이고, 때로는 북한을 두둔·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서 6·25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이라는 사실을 발언하지 않았다. 6·25를 언급할 경우 “아픈 역사”, “전쟁의 참상”, “분단의 상처” 등의 감상적이고 피해자적인 용어만 남발할 뿐, 6·25가 김일성의 남침으로 비롯되어 미증유의 파괴·살상·학살·납치·국군포로 미송환 등 김일성과 북한의 전쟁범죄와 관련해서는 침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6·25 관련 발언

▲“6·25 한국전쟁은 아픈 역사입니다. 한반도 땅 대부분이 전쟁의 참상을 겪었고 수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습니다. 온 국민의 노력으로 폐허가 되었던 국토는 복구되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다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분단의 상처와 이산가족의 아픔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총부리는 아직도 원한으로 남았습니다.”(6․25 한국전쟁 제67주년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2017. 6. 23)
▲“오늘 나는 이곳에 한 그루 산사나무를 심습니다. 산사나무는 별칭이 윈터 킹(Winter King: 겨울의 왕)입니다.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나무처럼 한미동맹은 더욱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미국 방문]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2017. 6. 28) 
▲“1950년 한국에서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틀 전 내가 미국에 도착해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입니다. 6·25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의 하나로 기록된 이 전투에서 미 제1해병사단은 ‘지옥보다 더한 추위’를 견디며 싸웠습니다. 무려 10배가 넘는 적의 포위망을 뚫었고, 덕분에 그 유명한 흥남철수가 가능했습니다.”([미국 방문] CSIS 전문가 초청 만찬 2017. 6. 30)

지난 2015년 말 미국의 버지니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오토 웜비어는 5일 간의 새해맞이 북한 관광에 나섰다가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체제 선전물 절도죄로 억류되었다. 2016년 3월 16일 북한의 최고 재판소는 웜비어에게 국가 전복 음모죄로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했다.
2017년 6월 12일 북한은 오토 웜비어를 석방하여 미국으로 돌아갔다. 웜비어는 혼수 상태였고, 미국 도착 6일 만인 6월 19일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야만스러운 정권이라며 분노를 표했고,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의장인 존 매케인은 “미국 시민이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분노의 성명을 발표했다.
2018년 12월에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아들의 사망이 북한 책임이라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원은 북한에게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5,64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북한 당국이 미국 시민을 고문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논란의 와중에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 과정에서 동맹국 국민을 고문 살해한 북한에 대한 비난은 쏙 빼놓은 채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웜비어 님 사망으로 슬픔에 잠긴 유족과 미국 국민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국민을 지켜 주지 못했다는 미 국민의 비통함에 대해 깊이 공감합니다. 또한 인권 변호사였던 저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인권이 갖는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미국 방문] 한미 정상 공동 언론 발표 2017. 6. 30)

박근혜는 김정은 정권 ‘레짐 체인지’ 선언, 문재인은?

인권변호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은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인권이 갖는 의미를 아주 잘 알고” 있을 뿐, 인권 범죄를 자행한 북한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난이나 코멘트조차 없었다. 그는 이날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납치·억류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을 비롯하여, 6·25 당시 미송환된 국군포로를 송환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6년 2월 16일 대통령 국회 연설에서 “이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켜 결국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며 추가 도발에 나서는 등 한반도 안정을 계속 위협할 때는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시켰는데, 이는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외화가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레짐 체인지란 단순한 정권교체, 체제변화가 아니라 현 정치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이념이나 가치 등 기존 지배층의 뿌리를 뽑는 정치 변동을 뜻한다. 즉 지배계층의 근본적 교체가 없을 경우 외부 또는 내부의 힘에 의해 권력이 교체되도록 외교·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적극적인 정치행위를 의미한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언론 공동발표에서 북한 정권의 교체 혹은 붕괴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합니다.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미국 방문] 한미 정상 공동 언론 발표(2017. 6. 30)

자국 국민의 인권말살은 물론, 한국인 및 외국인 납치 등 인권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북한과 세습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레짐 체인지를 선언했던 박근혜 대통령과는 정반대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남한을 사회주의 통일국가로 혁명해야 하며, 이미 혁명을 성취한 북한으로부터 적절한 도움 받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사회구성체 논쟁의 논리선상에서 볼 때 북한의 세습 독재를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석기 같은 ‘사람’도 양심수이니 석방시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 아니겠는가.

 

8. 체제변혁의 길


문재인이 속한 좌파 진영의 이론체계 및 지도이념을 제시해 온 손호철은 『촛불혁명과 2017년 체제』라는 저서에서 “광장이 중심이 되어 개헌이 아니라 ‘새로운 공화국’이라는 시각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평등·연대’에 기초한 새로운 공화국은 기본권 강화,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지방분권적 남한 연방제 등 권력분산 이외에도 이번 촛불사태가 보여준 대의제의 실패를 보강하기 위해 국민소환제, 시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를 대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 문재인 정부는 재임 중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념 및 체제의 틀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해체하고 남북연방을 통해 변형된 공화국, 즉 전체주의적 사회주의로의 변혁을 추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도 “촛불 시민혁명은 단순한 정부의 교체에 그치는 대신 전면적인 사회경제적 개혁,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을 추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김윤태, 「박근혜 탄핵 1년, 기로에 선 ‘촛불 시민혁명’」, 「프레시안」 2019년 2월 14일)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세력들이 꿈꾸는 나라는 절대로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들의 나라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가 사라진 나라, 즉 사실상의 사회주의 혹은 인민민주주의 나라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국민’이 사라지고 그 뜻조차 애매모호한 ‘사람’들로 채워진 나라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람’은 평범한 일반 국민이 아니라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몰려나와 체제변혁을 추구하는 존재들을 지칭한다.
그들이 꿈꾸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꿔서라도 남북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나라, 반체제 지하조직인 통일혁명당의 주인공 “신영복 선생”을 무한히 존경하는 나라, 시간과 비용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이 더불어 잘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촛불 들고 데모하여 필요하면 언제든 정권을 뒤엎을 수 있는 나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아니라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나라다.
이러한 가치관의 연장선상에서 대한민국은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담고,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나라”여야 한다. 그들이 가고 있는 행선지와 종착역은 선명하다. 남한을 사회주의 통일국가로 혁명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미 혁명을 성취한 북한으로부터 적절한 도움 받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 이석기 같은 ‘사람’도 통일국가를 위해 혁명을 하다가 피해를 본 양심수이니 석방시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런 나라를 향한 광란의 자살적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 재임 중 대한민국은 해체되고 남북연방을 통해 변형된 공화국, 즉 소비에트식 사회주의로의 체제변혁이 완성될 것이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지금까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왜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이 글은 2019년 2월 25일 펜앤드마이크, 이승만 학당이 주최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사의식'이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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