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5.18유공자 후손 가산점 제도는 ‘새로운 귀족계급’ 형성 위험 내포”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5.18유공자 후손 가산점 제도는 ‘새로운 귀족계급’ 형성 위험 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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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비판 금지하는 ‘특별법 개정안’ 통과되면 광주는 성역화 될 것”
“신분을 밝히지 않는 사람에게 특별대우를 하는 것은 위헌”
우리의 참여민주주의는 대중독재 단계 넘어 부패한 전체주의적 일당독재 체제로 변질되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원로 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25일 ‘5.18 민주화 운동’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특권층의 대두로 의심될 만큼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 관대하며 보상자 숫자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5.18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소위 ‘광주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광주는 정치적으로 성역화되어 연구나 토론의 대상조차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인호 명예교수는 서울대 교수를 거쳐 주 핀란드 대사와 주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과 KBS 이사회 이사장을 지냈다.

이 명예교수는 이날 시사잡지 미래한국에 게재된 ‘누가 5.18 광주를 모독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5.18 민주화 운동’ 문제가 다시 사회를 둘로 갈라놓는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그것이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부정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과 연결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희생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새로운 특권층의 대두로 의심될 정도로 다른 유공자들, 예를 들어 전사자들의 처우에 비해 관대함이 드러나며 보상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5.18사건에 북한이 연루되었다는 등의 주장으로 5.18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골자로 하는 ‘광주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광주는 정치적으로 성역화되어 연구나 토론의 대상조차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양심과 언론의 자유 보호를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는 “거기에 더해 유공자 자격심사는 보훈처가 아니고 광주의 한 위원회에 위임되어 있는데 사건 당사자들인 유공자 명단은 비공개이며 포괄적인 5.18 유공자 보상의 내용 중에는 각종 공기관 취업이나 입학시험에서 5~10%의 가산점을 주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음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그러한 사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 심각해진 취업난 문제와 연결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관심과 반발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한 논란의 핵심은 이제 유공자 명단 공개 문제로 귀착된다고 볼 수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고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사람들의 명단이 비공개라는 사례는 들어 본 일이 없다. 이름의 공개가 바로 명예이고 보은이며 대체로는 사건 당시 그들이 몸담고 있던 기관이나 고장의 명소에 이름이 새겨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유공자 처우를 안 받으면 된다”며 “이러한 유공자 명단과 연유 공개 원칙은 비단 5·18 유공자들 뿐 아니라 국가유공자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 모든 집단과 개인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다. 신분을 밝히지 않는 사람에게 특별대우를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서 제기되는 문제가 유공자 처우의 적정성 문제”라며 “그 배려의 정도는 다른 국가유공자나 그 밖의 사회에 큰 공헌을 한 인물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서 국민적 토론과 동의를 얻어 결정했어야 할 일이지 표심을 잡기 위한 얄팍한 계산에 맡겨질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더구나 사건 후 40년이 지나 후손들이 채용시험에서 5~10% 가산점을 받는 일까지 보장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귀족계급의 형성 위험을 내포하는 위헌적 사항일 수도 있다”며 “역대로 귀족층이 형성된 것은 모두가 선대들의 특별한 공헌 때문에 후대가 누릴 수 있던 특전 때문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권층의 횡포에 맞서 민주적 평등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후예가 이제 새로운 특권층으로 군림하게 된다면 그런 자가당착이 없고 망자들에 대한 그런 모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생각해 봐야 할 일 또 한 가지는 5·18 희생자들을 단순 희생자들과 ‘민주화 유공자’로 구분해서 등록 받는 일”이라며 “납세자인 절대다수의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던지게 되는 또 다른 질문은 시간이 흐르면 유공자수가 줄기 마련인데 왜 급속하게 늘어나는가 하는 것과 연고자들이 많은 광주에서 이뤄지는 유공자 자격심사가 믿을 만한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5·18을 성역화하며 진정한 유공자가 누구인가를 가리자는 요구를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 ‘우리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호통을 치며 국회의원들의 표현의 자유와 3권 분립의 원칙조차 무시하니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누가 진정한 민주화 투사들의 혼령을 모독하고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인가”이라며 “참여민주주의가 확산되면서 우리는 이성보다는 격정, 멀고 긴 안목의 국민적, 국가적 이익 관리 보다는 코 앞에 아른거리는 작은 금전적 이익이나 권력의 유혹에 사로 잡혀 보다 큰 가치들이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았는가 반성해 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렵게 일궈낸 우리의 참여민주주의는 벌써 대중독재 단계를 넘어 부패한 전체주의식 일당독재, 일인독재 체제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할 일"이라며 "역사에 대한 이런 농단이 어디 있고 5·18 망령들에 대한 이런 모독이 어디 있을까"라고 글을 맺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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