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자 반입을 놓고 정부군과 대립하는 베네수엘라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구호물자 반입을 놓고 정부군과 대립하는 베네수엘라 시민들. (사진 = 연합뉴스)

베네수엘라로 들어가는 구호물자를 두고 마두로 정부군과 시민들 간 충돌이 발생,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23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등이 보낸 구호물자 반입을 요구하는 반(反) 마두로 측 시민들과 이를 거부하는 정부군이 콜롬비아 접경 부분인 우레냐의 프린시스코 데 파울라 산탄데르 다리에서 충돌해 최소 4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최근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콜롬비아와 브라질에 보관하던 구호물자를 반입하겠다”고 선언해왔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구호물자) 반입은 내정간섭”이라며 국경을 폐쇄한 바 있다.

시민들과 정부군은 국경 50m 앞에 있는 구호물자 트럭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시민들과 베네수엘라 야당은 국경을 지키는 정부군을 지나 다리 중간 지점까지 트럭 2대를 호송했지만, 정부군은 이 트럭에 불을 지르고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쐈다. 총탄 중 일부는 납으로 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레냐 외의 다른 접경도시에서도 군과 시민이 충돌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구호물자를 운반하려는 시민들에게 군이 최루탄을 쏘자, 이에 시민들도 돌을 던지거나 군복을 불태우기도 했다. 몇 군데에서는 구호물자가 국경을 넘은 일도 있었지만, 정부군이 감시하는 검문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콜롬비아 외교부는 국경에서만 총 28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유혈사태 하루 뒤인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마두로는 ‘정신 나간 폭군(sick tyrant)’이다. 인도적 구호물자를 거부하는 그를 규탄한다”며“이제 절박한 베네수엘라인을 위해 행동해야 할 때다.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회복에 반대하는 자들에게 미국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적었다. 베네수엘라 사태 논의를 위해 뭉쳤던 남미 10개국 외교모임 ‘리마그룹’에서도 긴급 회의가 열리고, 마두로 퇴진을 압박할 예정이다.

앞서 베네수엘라 군은 마두로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성명까지 냈지만, 최근에는 군부에서도 이탈 세력이 등장하고도 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유혈사태 이후 60여명의 군인이 반 마두로로 돌아섰다고 한다.

한편 마두로 측은 구호물자 반입을 도운 콜롬비아와의 외교 단절을 선언했다. 그는 “내 인내심이 고갈됐다. 콜롬비아 영토가 베네수엘라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콜롬비아 외교관들은 24시간 내에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도 명령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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