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내대표의 '대리사과', 설훈·홍익표 막말 본질은 안 짚어…20대 불만 자의적 규정하기도
한국당 "'촛불' 20대 가장 많았는데…與 문제 이해력부터 떨어져, 이념·독선 강요하는 전체주의"

2월25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지도부,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지도부.(사진=연합뉴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경기 부천시원미구을·4선)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서울 중구성동구갑·재선)이 전통적 지지층이던 20대, 그 중에서도 남성 위주로 문재인 정권 지지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자 '전(前) 정권에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탓' '반공교육 때문에 20대가 보수적'이라는 식의 막말을 한 데 대해 25일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리 사과'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요즘 며칠 동안 20대 청년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며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20대가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다"며 "그러나 구조화된 불평등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에게 청춘이라는 말이 절망과 상실의 동의가 돼선 안 된다"며 "당이 20대가 절감하는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20대 청년들의 근본적 현실 인식'을 "부모의 성취에 따라 결정되는 기회 현실" "기득권의 세상" "상상력과 상명하복 문화"에 숨막혀 하고 있다고 민주당 시각에서 재단했을 뿐,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정체불명의 '민주주의 선민(選民)의식'아래 유권자를 교육 대상으로 삼은 비하발언의 본질을 짚지 않았다.

홍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공당의 국회의원이 반공, 즉 반(反)공산주의를 절대악(惡)인 듯 규정하고 북한의 21세기 핵위협·군사도발 책임을 외면한 채 20대가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을 받았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는 비판도 사고 있다.

같은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강도높은 비판에 나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이해력이 굉장히 떨어진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를 보면 실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모든 것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의 역량부터 출발하는데, 정부·여당이 하는 일을 보면 문제 자체를 잘못 인식하는 데서 비롯하고 있다"며 "문제 이해력이 떨어지니 잘못된 결정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20대 교육' 발언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나 집권당의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을 이념의 잣대로 갈라 치고, 이념과 독선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모습을 국민이 앞으로 얼마나 참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정현호 청년부문 비대위원도 "교육 문제를 근본적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촛불집회에 가장 많이 참석한 것도 20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원인은 민주당에 있다"며 "민주당은 왜곡된 정치인식을 가진 사람을 빨리 징계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사진=연합뉴스)

한편 앞서 논란의 단초가 된 민주당 설 최고위원은 21일~22일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권자 중 20대, 그 중에서도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가 과거만 못하다'는 지적에 관해 "이분(현 20대)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나하는 의문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 등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되돌아보면 저는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였다. 유신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마쳤다"고 자부해, 집권세력이 '정체불명의 민주주의'를 지향하는데다 선민의식까지 지녔다는 비판론이 고조됐다. 보다 저(低)연령층의 유권자를 향해선 '교육'을 마치 '세뇌'와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행태도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홍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거의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 교육으로 그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편 것이 최근 재조명됐다. "평화와 인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젊은 층의 '극우 세력화'를 막을 수 없다"고 20대 유권자를 겨눠 '극우 세력화'를 운운하기도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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