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보도...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한 A씨 '환경부, 靑 내정자 합격 위해 내 점수 낮게 줬다...檢도 이같이 봐'
내정자는 점수 낮아 탈락...A씨 "내정자 탈락에 대해 환경부가 사실상의 '반성문' 써 靑 제출"
상임감사 공모 당시 임원추천위원회도 親文성향 인사 모인 '캠코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좌),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의혹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우).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는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좌), 청와대 지시를 따랐다는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가운데), 의혹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우).

지난해 6월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로 공모한 지원자 A씨가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추천 인사가 떨어지자, 환경부는 사실상의 ‘반성문’을 써 청와대에 보고한 것 같다는 발언도 나왔다.

A씨는 24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매긴 서류 전형 평가 점수를 봤다”며 “점수표에는 내가 1, 2등을 다투는 최상위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면접 뒤 공단은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에 들어갔고, A씨가 지원했던 상임감사 자리에는 노무현재단 기획위원과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환경특보를 지낸 유성찬씨가 임명됐다.

A씨는 또 “(조사 중에) 검찰이 ‘다른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들은 당신을 포함해 (서류) 평가점수 1, 2위를 받은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줬는데, (유독) 환경부 국장급 임원과 공단 출신 위원만 두 사람(서류 평가점수 1, 2위)에 60점대 점수를 줬다’고 했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받는) 환경부 간부와 (산하) 공단 출신 위원이 (청와대가 내정했다는 소문이 돈) 박 씨를 합격시키려 점수를 낮게 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정 소문이 돌던 박 씨는 1차 공모에서 서류 심사 12등을 해 점수 미달로 탈락했다고 한다. A씨는 박 씨의 탈락 이후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을 검찰에서도 봤다고 했다. 해당 문건은 ‘상임감사 면접 전형은 진행하지만, 적격자 없음 사유로 전면 재공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박 씨에게 ‘당시 운영지원과장은 박 씨 탈락 때문에 좌천됐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문건 내용과 검찰 말을 종합해보면 박 씨 탈락에 대해 환경부가 사실상의 ‘반성문’을 써서 청와대에 보고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모 당시 1등이었던 A씨와 12등이었던 박 씨를 ‘판단’한 임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임추위에는 홍종호 서울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 3명과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김영분(현 인천시설공단 이사장)씨,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환경특보였던 최종원 씨, 환경부 국장급 간부와 공단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었다. 임추위 구성 역시 ‘캠코더’ 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내정 소문이 돈 박 씨는 점수가 낮아 탈락했고, 환경부는 ’반성문’ 성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 절차에는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청와대의 환경부 인사 관련 개입이 드러나는 경우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청와대는 “환경부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라는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내달 중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청구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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