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논란, 최초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 20대 남성 폭행사건
당시 출동 경찰, 직원에 폭행당한 피해자 김씨 체포해 사건무마 의혹
마약투여 통한 성범죄 정황도 잇따라 드러나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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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여, 경찰 유착, 성폭행 혐의에 휩싸인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관련 폭력 사건을 수사 중이던 강남경찰서가 수사 주체에서 제외됐다. 강남서가 맡던 사건은 모두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넘어갔다.

소속 경찰관이 버닝썬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강남서에 계속 수사를 맡기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서에서 수사 중이던 클럽 '버닝썬' 폭력 사건을 서울청 광역수사대로 넘기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청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고자 이송하는 것"이라며 "경찰관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20대 김 모 씨의 성추행 등도 모두 넘겨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남서가 수사에서 빠지면서 이제 서울청 광역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에서만 버닝썬을 전담하게 됐다"며 "강남서에 자체 수사를 맡겨도 되겠느냐는 등 외부 비판도 고려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버닝썬이 입주해 영업하던 르메르디앙서울 호텔의 대표 최 모 씨가 강남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강남서로부터 제출받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 명단'에는 최 모 씨가 이름을 올렸다.

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 운영 규칙은 '위원은 학식·인격을 소유한 교수, 교사,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주민의 사표가 되는 자 등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서 위촉한다'며 경찰 대상업소의 운영자·종사자 및 관여자는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르메르디앙 호텔은 전원산업이 운영하는 곳이다. 전원산업은 버닝썬의 법인인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원을 출자했다.

버닝썬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11월 22일 설립됐고, 이후 이 회사의 자본금이 변동 없이 5,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사보고서 발간 시점 당시 전원산업이 보유한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지분율은 42%다.

이런 특수관계에 있는 최 씨가 위원으로 뽑힘으로써 버닝썬 관련한 사건을 강남서가 고의적으로 은폐해온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서 관계자는 "호텔 대표로서 위촉한 것일 뿐, 버닝썬과의 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면 위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작년 말을 기준으로 최 씨를 비롯한 모든 위원이 해촉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청 광역수사대는 '버닝썬'과 경찰 간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 모 씨의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된 것과 관련해 영장을 재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보강수사 중이다.

광수대는 강씨를 지난 21일 소환 조사한 뒤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다.

경찰을 떠나 모 화장품 회사 임원으로 옮긴 강 씨는 클럽-경찰 유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경찰은 강 씨가 버닝썬 측의 요청으로 경찰관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등 민원 해결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가 속한 화장품 회사는 지난해 7월 말 버닝썬에서 대규모 홍보행사를 연 바 있다. 행사에 앞서 버닝썬에 미성년자 손님이 출입해 고액의 술을 마셨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자 행사 차질을 우려한 강씨가 나서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남서는 이 의혹을 수사했지만, 지난해 8월 증거 부족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버닝썬을 둘러싼 마약 투약과 경찰 유착 등 의혹은 김 씨가 지난해 11월 24일 이 클럽에서 폭행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도리어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김 씨는 버닝썬 내에서 직원에게 억지로 끌려가는 여성을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인 장 모 씨에게 폭행당했고,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신을 입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터넷에 공개된 CCTV에는 한 여성이 버닝썬 직원에게 머리채가 잡혀 끌려 나가는 장면, 김씨가 출동한 경찰관 여러 명에게 바닥에 내쳐져 체포되는 장면, 갈비뼈가 부러진 김씨가 파출소에서 팔이 뒤로 젖혀진 채 수갑에 채워져 1시간째 방치된 장면 등이 나왔다.

이후로도 버닝썬 내에서 이른바 '물뽕'(GHB)을 이용한 성폭행과 마약 유통이 이뤄졌다는 등 의혹이 잇달아 불거졌고, 이 클럽 내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커졌다.

강남서는 김 씨가 현장에서 경찰관들에게 욕설하고 난동을 부려 부득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입건했으며 폭행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서울청 광역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는 이달 14일 버닝썬과 강남서 역삼지구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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