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은 모두 "매점 운영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 아니다" 판단했지만 대법원서 뒤집혀
대법원 "매점 운영자, 코레일유통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근로자 인정 필요성"
2015년 4월 철도노조 "매점 운영인 단체교섭 및 임금교섭" 요구했지만 사측 공고 안해
코레일관광개발 "철도노조는 독립 사업자인 매점 사업자 조합원 가입으로 노조 해당 안해"

쟁의에 나선 철도노조 조합원들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쟁의에 나선 철도노조 조합원들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코레일유통과 계약을 맺고 철도역 내 매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사업주가 아니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에서는 모두 철도역 내 매점 운영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현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사법부의 친(親)노동 성향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유통)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코레일유통은 철도 내 여행상품과 승무서비스 등을 기획 및 운영하는 1,000여명 규모의 회사다. 제1노조로는 민노총 산하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있고, 제2노조로 한노총 산하의 한국철도·사회산업노동조합이 있다. 이번 판결은 제1노조인 민노총 산하 철도노조와 관련된 것이다.

소송의 단초는 2015년 4월부터였다. 철도노조는 2015년 4월 매점 운영인들 등에 대해 코레일관광개발에 단체교섭 및 그해 임급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공고하지 않았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시정신청을 해 “철도노조는 노조법상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적법한 노조”라는 답을 얻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관광개발 측은 “철도노조는 독립사업자인 매점 사업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 등 노조법에 규정된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할 의무가 없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소송을 냈다.

앞선 1심과 2심 재판부는 매점 운영인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매점 운영자가 코레일관광개발과 사용종속관계에 있기보다는 자율권이 있는 독립운영자라 판단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상으로 따진다면, 매점 운영인은 근로자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가입한 철도노조 역시 노조법상 코레일유통과 교섭을 할 수 있는 적법노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1993년과 2006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대법원은 앞선 두 판례에서는 “노조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라고 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은 “코레일유통은 (매점 운영인 등과)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일정한 경우 재계약하는 등 그 계약관계가 지속적이었고 전속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매점 운영자들의 기본적인 업무는 계약에서 정한 특정 매점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그 계약에 따라 업무내용과 시간이 결정됐다. 코레일유통은 매점 운영자들이 용역계약을 위반하거나 문제를 발생시킨 경우 등에는 경고를 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고 매점 운영인들을 근로자로 본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판단한 셈이다.

또 “이에 비춰 매점 운영자들은 어느 정도는 코레일유통의 지휘·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코레일유통의 사업에 필수적 노무를 제공해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매점 운영자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4일에는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면 늘어난 통상임금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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