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이회창 20만달러' '박근혜 연애' '나이들면 판단력 떨어져' '北 천안함 안믿겨' 막말 前歷
"나처럼 제대로된 교육 받았다면 '건강한 판단' 했을 것" 주장이후 논란에도 "내가 실언했냐"
집권기반인 '촛불' 동참 세대를 지지이탈하자 비하…野 "자기진영 지지 않으면 '멍청이'냐"
DJ 비서 출신 4선 의원...5.18때 광주에 없었지만 다른 DJ 측근들과 함께 5.18 유공자로 선정돼

최근 20대에서 문재인 정권 지지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설훈 최고위원이 "10대 시절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라는 취지의 궤변을 내놓아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내가 큰 실었을 했나"라거나, "사실 연세 많은 분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정확히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경기 부천시 원미구을·4선·66)은 22일 공개된 인터넷매체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 일부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층의 지지가 여성에 비해 낮았다. 과거에는 20~30대 지지가 굳건했는데 원인은 뭐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젠더(性) 갈등' 충돌도 작용했을 수 있고,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되돌아보면 저는 민주주의 교육을 잘 받은 세대였다. 유신 이전에 학교 교육을 거의 마쳤다. 민주주의가 중요한 우리 가치고 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이 앞으로 가야한다는 교육을 정확히 받았다"며 "그래서 유신 때 '이게 뭐냐, 말도 안되는 것 아니냐' 당장 몸으로 다 느꼈다. 그게 교육의 힘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이분(현 20대)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10년 전부터 집권세력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나하는 의문이 있다"면서 "결론은 교육의 문제점에서 찾아야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경기 부천시원미구을·4선).(사진=연합뉴스)

'젠더 갈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손해보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며 "복잡한 현상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설 최고위원은 2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인간의 의식과 사고를 규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게 교육"이라며 자신의 지론을 거듭 폈다.

보다 직접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동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다면 보다 건강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과연 당시에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막연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탓하는 논리를 댔지만, 결국 현 20대에서 문재인 정권 지지 철회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나자 '초·중·고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세대'라고 비하한 게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설 최고위원은 그러나 "내가 큰 실언을 했는가"라며 논란을 이해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세종시청에서 만난 기자들이 발언 배경을 묻자 이렇게 반문한 뒤, "독특한 현상이 있다, 20대가. 다른 연배에 비해서 당 지지율이. 특히 남성이 다른 현상이 나타나면 뭔가인지를 찾아봐야 한다"며 "그래서 난 내가 생각할 때 그때 교육환경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 입장에서 정확히 대처하려면 조사,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다. (20대 중에서도 남성이) 왜 이런 판단을 하는지 연구를 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내가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내가) 틀렸나?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설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야권에서는 "20대 청년을 모욕한 설 최고위원을 즉각 제명하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장능인 자유한국당 대변인(30)은 이날 논평에서 "5.18 유공자로서 한국당 의원을 고소·고발한 민주당 설 최고위원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2030세대 문재인 정권 지지가 굳건하지 않은 이유는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라는 취지의 역대급 망발을 했다"며 "과거 일부 인사의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국개론', '국민 개·돼지' 발언을 능가하는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이 속한 진영에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 바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멍청이'가 된다는 건가. '국개론'에 이어 '이개론(이십대 개돼지론)', '이남멍(이십대 남성은 멍청이)'이라는 신조어를 설파라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본인의 잘못을 즉각 인정하고 의원직에서 사퇴하지 못하겠다면 민주당은 2030세대를 모욕한 설 최고위원을 제명하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장능인 대변인은 후속 논평에서 "설 최고위원은 제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의 '새로운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교육 관련 종사자의 조직화 및 지지선언을 유도'하는 것이 해당 위원회 주요 목표라는 설명 자료를 보았을 때, 교육과 관련된 최근 청년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 그가 꿈꾸던 '조직화와 지지선언'이라는 것이 무섭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교육'을 참칭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홍균 청년대변인이 논평을 내 "여당의 '청년 혐오 릴레이'에 설 최고위원이 동참했다"며 "우리는 명백한 민주시민이기에 여야 가리지 않고 부정을 부정이라, 무능을 무능이라 비판해왔다. 어느 때보다 현실에 대한 청년들의 불만이 높다는 것은 곧 현실에 대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청년들의 건전한 불만을 전 정권의 교육탓으로 매몰시키는 것은 참으로 비열한 언사이다. 설 최고위원은 우리가 받은 민주주의 교육을 탓하지 마라. 청년들의 분노와 서러움을 그저 성숙하지 못한 무능한 인지의 어리광 탓으로 돌리지 마라. 대신 스스로의 무능함과 여당, 나아가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2014년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시절 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한다"며 사직을 강요한 발언 당시 언론 보도화면(사진=YTN, MBN 캡처)

한편 설 최고위원은 과거에도 수차례 설화(舌禍)에 휘말렸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 자금 2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가 기소돼 법원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 판결을 받아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가, 노무현 정권 때 복권됐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시중의 루머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그 시각) 연애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더 심각하다"고 빈정댄 바도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있던 2014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는 한국관광공사 자니윤(당시 79세) 상임감사에게 면전에서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느냐.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져 쉬게 하는 것"이라며 "정년이라는 제도가 왜 있겠냐"고 '노인비하'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막말 논란이 일었는데도 "나이가 들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판단력과 활동력이 떨어진다. 그것이 왜 잘못된 얘기냐"고 반응했다. 자신이 과거 보좌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1998년 74세에 대통령 취임, 2003년 79세에 임기를 마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설 최고위원은 2015년 4월에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가 않다"며 "나는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소행이라고 느낌으로 느낀다"고 해 '말장난' 논란을 자초했다. 2016년 6월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서 "북한은 200만명이 굶어죽었던 부분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데, 국가 전체가 거의 망하는 지경에서도 버텨낸 경험을 가진 똑똑한 나라"라며 박근혜 정부의 대북제재·압박을 통한 핵 포기 기조를 대놓고 반대했다.

경남 창원 출신인 설 최고위원은 1970년대 유신 반대 시위 등으로 제적과 투옥을 겪었으며, DJ의 야당 시절 그의 비서와 보좌관을 지내는 동안 '동교동계의 막내'로 불렸다. 15대와 16대(서울 도봉구을), 19대와 20대(부천 원미구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4선 의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17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도 했다. 2018년 8월 민주당 이해찬 지도부 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1980년 5.18 광주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광주에 없었고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재판에 연루된 뒤 DJ를 만났지만, 상당수의 DJ 측근 및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후일 '5.18 민주유공자'로 선정돼 국민세금으로 각종 혜택을 입은 정치인으로 최근 회자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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