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선언 합의해놓고 어겨…2월 첫날 논의후 답없다가 리선권 명의로 '불가' 전통문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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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추진해온 '3.1운동 100주년 기념 남북 공동행사' 논의가 지지부진했다가, 결국 북한 정권에서 "이번에 어렵겠다"고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남북은 지난해 9월19일 평양 공동선언에서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함께 기념한다'고 합의했으나, 약속을 북측이 걷어찬 격이 됐다.

이런 사실은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 직후 알려졌다. 당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북측에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공동행사 개최가 어렵다는 의사를 오늘 통일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일부 고위관계자도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3.1절 관련해서 북측이 오늘 공식적으로 '공동 기념행사는 이번에 어렵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명의의 전통문으로 공동행사 개최 불가 방침을 알렸다.

정부는 지난 1일 남북 개성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정례 소장회의 때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김광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소장대리)을 만나 100주년 공동행사 개최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그 뒤로 답을 주지 않다가 이날 "개최가 어렵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북한 측에서는 하노이 북·미(미북) 정상회담을 2월말 개최하는 상황에서 곧이어 남북 공동행사를 치르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밖에 여러 환경이 남북 공동행사를 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북측 입장에서 해명했다.

그러나 애초 남북이 3.1운동 기념 행사를 함께 열기엔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3.1운동이 기폭제가 돼 만들어진 임시정부 중심으로 독립 운동의 의미를 강조해온 반면, 북측은 설화에 가까운 김일성 항일 무장투쟁을 집중 조명해왔다.

북한 공식 역사서 '조선전사'는 임시정부를 "부패 타락한 부르주아 민족운동 상층 분자들에게 조작됐다"고도 적고 있다. 북측은 대한민국 건국뿐만 아니라 이처럼 임정의 정통성을 부정하는데다 3.1운동을 '3.1 인민봉기'로 칭하는 등 우리나라와 인식차가 크다는 게, 공동 기념행사 무산의 본질적 이유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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