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고 공짜 좋아하고 부자를 증오하는 국민성은 어디서 왔나
사회의 발전은 국민성이 가장 중요한 동인
개인의 퍼스낼리티와 성취동기가 국민성의 근간
우리는 다시 노비사회로 돌아가려 하는가

황승연 객원 칼럼니스트
황승연 객원 칼럼니스트

미국의 경제학자 겸 정치학자 헤이건(Everett E. Hagen 1906-1993)은 ‘사회변동의 이론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서, 이 책의 제목에 부제로 붙인 ‘어떻게 경제 성장이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 낙후된 국가들이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는 사회변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특정 사회에 지배적인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퍼스낼리티(Personality)의 유형을 들고 있다. 특히 어떠한 특수한 사회적 맥락에서 ‘창조적 퍼스낼리티’를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고 이들에 의해 경제발전이 시작된다는 가설을 증명하려 했다. 우리나라가 제 3 공화국 출범이후 40-50년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는데, 이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이론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과 퍼스낼러티가 예전에는 어떠했는데 그토록 비참하게 살았었고, 해방 후 특히 제 3공화국 이후에는 이것이 어떻게 바뀌었기에 지금과 같은 놀라운 경제적인 성과를 이루게 되었는가?

어떤 사회의 발전은 그 사회에 속한 개인들이 어떤 공동의 목표와 기준을 설정하고 성취하려고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이를 ‘성취동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학자가 맥클레랜드(David C. McClelland, 1917-1998)였다. 이 성취동기와 관련된 행동 특성으로 모험심, 자신감, 책임감, 미래지향성, 혁신적 활동성, 과업지향성 등으로 설명하면서 적절한 환경 속에서 훈련을 통해서 개인의 성취동기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개인이 갖고 있는 성취동기는 그 사람의 ‘퍼스낼러티’가 되고 그러한 사람들의 집합인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의 성취동기는 그 사회의 국민성(Nationality)이 된다. 이 퍼스낼리티와 국민성은 개인이 속한 사회의 문화로부터 학습되고 발전되어 간다. 이 때 이 국민성은 자원이나 지정학적 요인이나 혹은 지도자들의 리더쉽보다 사회변동에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발전’이라 하지 않고 중립적 의미인 ‘사회변동’이라 하는 것은 사회가 항상 앞으로 나아가지만은 않고 성취동기를 잃어버려 퇴보하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고 국가에서 주는 공짜 점심 바라다 몰락해간 아르헨티나, 그리스, 베네주엘라처럼.

노비제 사회, 조선 500년의 국민성

우리나라의 사회변동에 있어서 창조적 퍼스낼리티나 미래지향적 성취동기가 나타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무엇인가를 성취해야한다는 아무런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빈곤과 모순에 시달려 왔다. 필자는 이 시대를 ‘노비사회’라 부른다. 조선 500년 동안의 노비제 사회에서 우리들에게 ‘노비근성’이 키워졌다고 본다. 세종에 의해 도입된 종모법 등으로 양천교혼이 허용되면서 노비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우리나라 노비제도는 노비 계급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침략과 정복에 의하지 않고 제도적으로 자국민들을 노비로 만들어 가고 또 오랫동안 유지시켜간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악랄한 제도였다. 이 제도로 인하여 늘어난 노비들은 대부분 자기 소유의 재산을 갖지 못함은 물론이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도 없었다. 당연히 노비들의 하루 24시간이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자유가 없는 노비들에게는 미래도 없고, 계획도 있을 리 없었다.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었다. 그저 주인의 눈치만 보고 게으르고 비굴하게 살아야만 했다. 기근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며 부잣집에 스스로 노비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한다. 이러한 노비가 조선 중엽에는 많게는 전 인구의 30-50%까지 되었다 하니 당시 조선은 사실상 노비제(노예제) 국가이었고 따라서 노비(노예)근성이 실로 우리 국민성으로 자리 잡을 만했다.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고 이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노비가 없어졌으나 노비들이 바로 자유인이 된 것은 아니고 이들은 머슴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주인에게 예속되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살게 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열심히 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조선시대의 사회가 그랬다. 지주들은 과거준비에만 몰두하고 일은 노비들이 했다. 노비는 군역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노비에게 전쟁에 참여하면 면천시켜 준다는 약속을 했다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으니 그 때 부터는 전쟁이 나면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었다. 심지어 그날의 끼니를 위해 적에게 쉽게 투항하여 부역을 하였다. 이 시대에 노비들에게는 의리나 신용은 필요 없고 내일도 없었다.

노비가 되어 개인의 자유를 잃어버리게 되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 생존만이 유일한 목표이다. 조선시대와 같이 노비의 면천이 어려운 사회에서는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당장 눈앞의 편안함과 끼니 해결만 있을 뿐이다. 자유가 사라지면 책임도 없다. 그러다보면 스스로 하려는 것보다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공짜를 좋아하게 된다. 어떤 일에도 감사할 줄 모른다. 노력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여나 공헌은 않고 권리는 누리려고 한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기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본다. 그래서 고자질을 좋아하고 고소고발 남발하고 거짓말을 잘한다. 질투가 심하다. 늘 핑계를 달고 산다. 책임감이 없으니 내 탓인 적은 없다. 늘 남에게 탓을 돌린다. 스스로 해결하기 보다는 늘 남에게 의지한다. 피해의식이 많다. 스스로가 불이익을 받고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대가와 보상을 요구한다. 부화뇌동이 쉽고 감정적이고 쉽게 흥분하고 잘못을 인정 안하고 늘 남 탓으로 돌린다. 개인의 자유와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반면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남 탓하지 않고 내 탓으로 돌린다. 그래야 해결책이 보인다. 주인은 자신의 자유와 재산을 위해 싸운다. 노비는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노비들에게 평화주의자가 많다. 주인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지만 노비는 가치를 빼먹는 사람이다. 주인은 노동을 통해 자신을 성숙시키고 인격을 완성시킨다고 보지만 노비들은 노동을 착취라고 본다. 노비는 편하게 많이 얻으려 한다. 주인은 열심히 많이 얻으려 한다. 주인은 용서를 할 수 있지만 노비는 용서를 못한다. 주인은 권리의식 때문에 노비는 피해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불이 나면 주인은 불을 끈다. 노비는 도망부터 간다. 노비들은 피해가 입증되면 끝없이 보상을 요구한다. 노비들은 비참함을 견딘다. 그러나 주인은 구차함을 못 견딘다. 주인은 자신이 결정하려 하지만 노비는 부화뇌동 잘하고 군중에 쉽게 휩쓸린다. 신채호는 이를 “대세를 쫒아 몰려다니며 남 탓만 하는 한민족의 노예근성”이라고 했다.

우리는 어떻게 이 노비근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나

우리나라가 1945년 해방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은 수 백 년 동안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늘 가난에 고통 받고 노비근성에 젖어있던 우리 민족이 해방 후 지난 6-70년 동안 목표를 갖고 땀 흘려 노력하여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사람들이 노력하도록 만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이승만박사에 의해, 기독교 정신에서 비롯된 개인을 바탕으로 하고,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서구 자유민주주의를 모토로 국가를 건국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 후 제 3공화국이 시작되면서 박정희대통령에 의한 국민 의식개혁운동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성취동기의 부여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서 수십 년 만에 우리의 국민성을 바꾸어 놓을 만큼 큰 변화의 계기였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 국민은 실제로 놀라운 성취를 이루었다.

또 우리나라의 국민성에 결정적인 변화가 온 것은 6.25 한국전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등져야했던 전쟁 통에, 삶의 터전을 잃게 마련이고 그들에게는 신분의 유지보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고향을 떠나는 과정에서 신분제가 약화된 것은 물론이고 많은 의식의 변화가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근본으로 하는 국가의 건립이후 모두에게 기회가 부여되었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확고하게 공산주의와 대척점에 서서 이념의 갈등 없이 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다. 이승만대통령의 기독교 정신은 우리에게 개인의 개념을 가르쳤고, 건국과 6.25전쟁을 거쳐 국가가 자리를 잡으면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정착을 도왔다.

또 박정희대통령은 개인의 노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힘썼고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 탈바꿈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후 신생국가 중에 전례 없는 산업국가로 발전하고, 후진국을 벗어난 가장 모범 사례 국가가 되었다. 박정희대통령은 우리 민족이 게으름을 벗어나서 목표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 그리고 개인의 목표를 개발하도록 독려하였다. 우리 민족에게 축복과 같은 박정희 시대가 막을 내리자 이 노비근성이 조금씩 되살아나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시대의 개발정책의 관성에 의해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 시대까지 왔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목표를 점차 잃어버리고 다시 게으름과 남 탓과 거짓말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 아직도 가산제국가, 노예체제인 북한을 추종하고 찬양하는 세력까지 생겨났고 없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금 왜 노비사회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우리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노비근성은 끊임없이 되살아나서 남 탓하고 책임지지 않고 공짜 좋아하고 남 잘되면 배 아파하는 그 옛날로 회귀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학교, 직장에서 이제는 심지어 유치원과 길거리에서까지 끊임없이 노비근성을 자극하고 북돋우고 있다. 이를 의식화라 부르기도 했었다. 노조 중심의 복지국가, 사회주의 국가들은 노예들의 국가라는 것이 입증된 지 오래다. 사회주의로 가는 것을 하이예크는 ‘노예의 길’이라고도 했다. 땀흘려 일하는 사회가 아닌 배급을 받는 사회이다.

작년을 비롯해서 지난 수년간 정부는 국민들에게 세금을 사상 최고로 거두었다 한다. 이를 생산 환경의 개선에 사용하지 않고 복지 재원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노예 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세금을 많이 거두어서 국가가 재분배하여 부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생각을 정책으로 내세워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선거에서 표를 얻어 집권을 연장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노비근성을 자극하여 사회주의로 가겠다는 의사표현이다.

상속세가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제도 역시 우리나라 문화가 아직도 노비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재산권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 법을 바꾸어야 하는 국회의원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유권자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비근성에 굴복하여 노비 사회로 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남 탓만 해댈 것이다. 내가 못사는 것은 일본 탓이다. 친일파 탓이다, 식민잔재 탓이다. 재벌 탓이다. 저놈 탓이다. 저 나라 탓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 왜놈들이 죽일 놈들이다. 평화롭게 잘 사는 우리나라에 쳐들어와서 우리의 평화를 깨드렸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가 무엇이 부족해서 나라를 빼앗겼나 하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평등이 최고의 선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왜 특혜를 받아야 하는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왜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가? 이러한 문화와 환경에서는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는다. 노비들의 사회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그들은 그저 항상 억울하게 당해왔다. 아무도 왜 당했나는 묻지 않는다. 늘 당해온 것만 중심으로 생각한다. 남 탓만 하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이 변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은 늘 억울하다고 말한다. 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다른 사람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깨어나야 한다. 노비근성을 떨쳐 내야한다. 자유가 무엇인지 깨닫고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책임에 대해 생각하는 성숙한 국민성을 가져야 한다. 자기 자신이 문제이고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주인의식이 아쉽다.

성경 신약 갈라디아 5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황승연 객원칼럼니스트(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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