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2012년부터 2600억원 이상 투자한 '수소연료전지' 사업 청산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文정부 수소경제, 공급에 대한 고민 없다"

LG그룹이 2012년부터 추진해오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에 열을 올리고 기업들 중에는 현대자동차가 이 분야에 적극적인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21일 수소연료전지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캔턴시에 위치한 LG퓨어셀시스템즈(LG Fuel Cell Systems Inc.)의 본사와 연구소는 최근 문을 닫았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주)LG부터 LG화학, LG전자, LG CNS 등 계열사들을 통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2600억 원 이상 돈을 투입해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상용화를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LG그룹은 영국 공기업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업체인 '롤스로이스 퓨어셀시스템즈'(Rolls-Royce Fuel Cell Systems Ltd.)를 2012년 6월에 4500만 달러(현재가치 약 500억 원)에 인수했고 올해까지 323억 원을 추가로 출자할 계획이었다. 완성차업체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롤스로이스는 자동차 사업 부문은 독일 BMW에 매각했고 현재는 항공기 엔진 제조업만 영유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먼 미래를 보고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고 현재는 우리 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을 육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해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며 "LG화학이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그동안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투자는 없었다. LG화학이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가는 소재를 개발하는 정도였다. LG그룹이 매진했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호텔, 병원 등 대형건물의 상업용 전력이나 분산발전소 등 발전용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였다. 

수소연료전지의 양대 축인 수송용과 발전용 중에서 현대차는 수송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며 문재인 정부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용에서 LG그룹은 현대차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정부 주도 '수소경제'에 산업계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에는 공급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산업계는 정부의 수소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수소를 생산해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수소 수요의 절반을 수입으로 충당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수소 공급대책에 대해서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소연료전지 업계에 종사하는 기업가들에게 '수소'는 경제성에서나 현실성에서나 불확실성이 크다"며 "특히 대규모 수소를 원활히 공급 받아야 하는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하는 업계에서는 수소 수급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는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정부가 보조를 해주지 않으면 상용화시킬 수 없다"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수소차는 아직도 엄청난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는 걸음마 단계고 대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도 검증된 기술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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