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시정부가 로또 회사도 아니고, 운 좋은 소수에 돈 나눠주며 어떤 제도를 시행한다고 생색낸다" 비판

설 연휴 중 방송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KBS 방송화면 캡처)
설 연휴 중 방송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한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KBS 방송화면 캡처)

서울시가 2016년부터 도입한 ‘복지실험용 청년수당’ 50만원을 20대 청년 1,600명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선 청년수당과 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고, 대상도 확대된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연구원은 이같은 수당 지급안을 밝혔다. 세부적인 추진안도 있다. 먼저 2,400명의 청년을 무작위로 뽑고 3개 그룹(각 800명)으로 나눈 뒤, 두 그룹은 수당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고 한 그룹은 아예 주지 않게 설계한다는 것이다. 세 그룹의 생활 태도를 관찰한 뒤, 수당이 효과가 있다고 서울시 측이 판단하는 경우 청년수당 지급 대상이 넓어질 수 있다. 서울시 측은 20대 청년 모두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실험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월 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은 약 152만명인데, 만약 이들 모두에게 지급된다면 다달이 약 7,600억원이 소요된다. 전체 예산은 수당이 절반인 노인 기초연금과 비슷하게 된다.

서울시는 ‘무조건식 청년수당’은 도입 검토 중이지만, 조건이 있는 청년수당은 2016년부터 지급하고 있다.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소득, 근로시간을 따져 최대 6개월간 다달이 5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 조건식 수당에만 올해 15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런 정책을 제안한 민간연구소 ‘LAB2050’은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그는 “취업난부터 결혼 기피, 출산율 저하 등 지금 청년들의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경제적·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2년간 실험해 보자는 취지”라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21일 ”시정부가 로또 회사도 아니고, 무슨 제도를 만들어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아니고 운 좋은 지극히 적은 소수에게 돈 나눠주며 어떤 제도를 시행한다고 생색을 낸다”며 ”국가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설계해서 효과를 검증하는 시범사업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모르겠다). 핀란드에서 기본수당으로 시험해보고 이미 (실패로) 결론 난 제도이고, 50만원이 없어서 취업 못하는 청년이 몇 명이나 있나”며 비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