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언론, 지상파 TV의 불공정 보도는 죽음 단축하는 자살 행위
문재인 정권의 TV 불공정보도가 박근혜 정부 때보다 훨씬 심해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비교 연구’에서 밝혀져
국민을 비겁하게 하고 분열시키는 ‘정권의 괴뢰’ 노릇은 하지 말아야
전두환 시절 일방적 선전선동에도 일어난 ‘6.10 국민 항쟁’ 명심해야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 지상파 TV, 뉴스통신사를 ‘유물(legacy) 언론’이라 부르며 경멸한다. 여기서 유물은 무슨 말인가?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아 곧 박물관에 전시될 매체라는 뜻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PC 인터넷 포털, 스마트폰 엡, 유튜브 등 각종 SM에 유통되는 정보의 83.0%가 젊은이들이 구닥다리 매체로 경멸하는 유물 언론이 취재한 정보라는 사실이다. 이 수치는 한국과 미국이 거의 유사하고 4~5년 전부터 그랬다.

지상파 TV가 등장하기 전에는 신문이 150여 년 동안 그 시대의 주력 매체로 군림했었다. 라디오에 뒤이어 등장한 지상파 TV는 더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지상파 TV는 한 때 그 편재성과 영향력에 있어서 신(god)에 비유될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 적도 있었다.

예컨대 1991년 11월에서 92년 5월까지 방송된 이른바 대발이 아버지(이순재)가 나오는 ‘사랑이 뭐 길래’라는 MBC 일일연속극은 최고 시청률이 65%를 넘은 적도 있었고 평균 시청률도 59%였다. 점유율로 따지면 80%가 넘는다. 점유율이 80%가 넘었다는 말은 대입 수험생이 있는 집을 빼고는 이 연속극을 거의 다 보았다는 얘기가 된다. ‘사랑이 뭐 길래’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거리가 조용해지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식당 종업원들이 짜증을 낸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나돌았다. 드라마 시청률이 15%만 넘어도 대박으로 인정받는 요즘의 형편을 생각하면 꿈결 같고 신화 같은 시청률이다.

당시에는 MBC뉴스데스크 시청률도 20%에서 30% 사이를 오르내리며 지상파 3사 중 최고의 뉴스 시청률을 자랑했다. 지상파 3사의 뉴스 시청률을 합하면 50%에 육박했던 시절이었다. 어느 실직자가 한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해도 지상파 TV가 보도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자살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신(神)에 비유된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었다고 본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MBC뉴스데스크는 요즘 문 정권이 들어서고 사장이 바뀌고 난 이후에는 겨우 5%를 턱걸이하는 비참한 상태에 있다. 뉴스를 어떻게 만들었기에 그런가?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KBS, MBC, SBS 뉴스 시청률을 모두 합쳐 봐야 20%를 넘을 때가 드물다.

인생 無常, 매체 無常이 아닐 수 없다. 매체의 성격상 디지털 시대에 견디기가 더 어려운 종이 신문은 그렇다 치고, 한 때 그토록 엄청난 대중의 호응을 받았던 지상파 TV가 요즘 뉴스 하는 꼴을 보면 하루빨리 방송을 걷어치우고 박물관으로 가고 싶어 몸부림치는 것 같아 보인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시사 프로그램으로 죽음을 단축하는 자살골을 연이어 터트리고 있다, 최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발표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평가 연구>가 이런 현상을 정밀하게 잘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의 요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지상파 TV의 시사프로그램의 편향성이 박근혜 정권 때보다 훨씬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문 정권이 권력을 잡자 말자 임기가 남은 두 공영방송사 사장을 온갖 무리수를 다 써서 갈아치운 후에 나온 것이다. 무엇 때문에 억지로 갈아치웠는지 이해가 간다.

▲ 프로그램 진행자 발언의 편향성 강도는 예상했던 대로 MBC, KBS, SBS 순으로 나타났다. 역시 두 공영방송이 더 심했다. 방송 수신료 거부 운동이 일어날 만하다.

▲ 특히 강한 편향성은 문 정권이 사장을 바꾸고 난 이후에 신설된 프로그램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컨대 KBS의 ‘오늘밤 김재동’, ‘저널리즘 토크쇼 J, MBC의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 SBS의 ‘김어준 블랙하우스’ 등이다. 물론 기존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이른바 ‘적폐 청산’ 아이템을 연이어 편성하여 불공정하게 방송했다.

▲ 위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터뷰 대상 인물의 분포도 크게 불평등했다. 특히 인터뷰 대상 정치인의 경우, 12개 시사 프로그램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38명이 출연한데 비해 자유한국당 소속은 18명이 출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출연자가 자유한국당보다 두 배가 넘었다. 수치로 확인된 이러한 사실을 보고는 아무리 등신이라 해도 기회의 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슨 기회의 평등이니, 과정의 공정이니, 결과의 정의니 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한 사람이 있었다. 누군지 다 알기 때문에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사실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 문 정권이 등장한 이후 대한민국 기레기 매체의 親정권 괴뢰 역할은 전두환 정권 때보다 더 심한 느낌이다. 숫제 막무가내다. 그러고도 수치심도 없다. 무행무치족(無行無恥族)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작년 말 어느 날 옛 언론계 가까운 친구들과 밥자리를 함께 했을 때 나온 얘기다. 한 친구가 한국에서 가장 저명한(?) 언론인 4명을 꼽으라면 누구이겠는가? 하고 갑자기 물어 어리둥절했는데, 말을 끄낸 친구가 스스로 답하기를 김재동, 손석희, 김어준, 주진우라고 말하여 박장대소하며 크게 웃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때 입맛을 다시며 어이, 그 사람들을 언론인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 4명 가운데 요즘 안색이 홀쭉해진 손석희는 홍석현의 아들 홍정도와 공동 사장으로 있는 JTBC에서, 나머지 3명은 문 정권 하에서 사장이 바뀐 지상파 TV에서 모두 크게 활약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대체로 좀 모자라는 사람을 발탁해야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는가?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의 인사 참사를 보면 아주 그럴듯하게 들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교육 수준이 낮고 무식하다는 걸 공개 석상에서 인정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그의 주변 인사들과 지지자들이 데모하느라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무식하고, 노조 간부들도 파업하느라 현장 지식이 뒤떨어지는 사람이 많다는 걸 인정한 적이 없다. 최근 캐나다의 한 정치 커뮤니케이션 학자는 트럼프주의(Trumpism)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 대중 영합주의, ▲ 권위적 리더십, ▲ 편협한(narrow) 애국주의, ▲ 도덕적 종족주의(tribalism), ▲ ‘우리’와 ‘그들’로의 편 가르기가 무모하게 뒤범벅되어 있다고 설명했다(Ward, 2018).

필자는 여기에 이념 없는 영리주의(mercantilism)를 하나 더 추가 하고 싶고, 도덕적 종종주의는 백인 종족주의로 바꾸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문재인주의(Moonism)을 주창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Ward의 분석에서 보듯 트럼프의 대중 영합주의, 고집스런(권위적) 리더십, 편 가르기는 대통령 문재인과 아주 흡사하고, 백인 종족주의는 타산적(打算的) 지역주의로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미 그런 증후가 농후하지만 앞으로 만약 문재인 정권이 크게 실패한 정부로 임기를 마친다면, 그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지상파 TV의 무지하고 무모하고 무치하고 무책임한 불공정 방송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믿는다. 지상파 방송인들은 1987년 전두환 정권 말기에 일어난 ‘6.10 국민 항쟁’을 새삼 기억하기 바란다.

지상파 TV가 만든 현실이 편향된 이데올로기든 가공된 이미지(simulation)든 그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구체적인 진짜 현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지상파 TV가 구성한 현실이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과 괴리가 크고 그 괴리가 오래 간다면 수용자들은 그 만들어진 현실의 환각으로부터 깨어난다. 그렇지 않다면 5공 시절, 그 무서운 '권력의 겁주기'에 의해 거의 모든 언론이 권력에게 유리한 현실을 구성하여 보도했음에도 일어난 '6.10 국민 항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구나 지상파 TV가 그리는 현실과 실제 현실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국민은 더 분노하고 더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북한처럼 폐쇄 사회라면 이데올로기나 가공된 이미지가 상당 기간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한국 사회는 폐쇄 사회가 전혀 아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1987년보다 훨씬 더 열린사회가 되었고,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매체의 종류와 수도 무수하게 늘어났다. 미안하지만 지상파 TV 채널을 갖고 있다고 우쭐거리며 뽐내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참말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국민을 비겁하게 만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권의 괴뢰’ 노릇은 정말 하지 말기 바란다. 이 사회의 엘리트답게 언론의 정도를 걷는다면 지상파 TV의 앞날은 아직도 창창하다고 본다.

이민웅 객원 칼럼니스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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