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무시 넘어 의회민주주의 거부, 인민민주주의" 19일부터 연일 비판 목소리
한국당 112석 총사퇴시 총선거 다시 치러야…4당 패스트트랙 강행하려면 선거구 획정 지연 등 장애 많아

2월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열린 가운데 국민의례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야 교섭단체간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게 관례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집권여당이 군소 3당과 공조해 '본회의 강제 상정-표결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의원직 총사퇴"까지 경고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112석의 한국당 의원이 총사퇴하면 국회의원 정수가 200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현행 헌법 위반 사태가 벌어져, 국회의원 총선거를 다시 치러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앞서 19일 여당 당수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 (선거법) 법안처리가 어려워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정당득표율의 의석 반영 비중을 지금보다 높이자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요구에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내비치며 호응한 셈이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일정 기간(최대 330일)이 지나면 국회 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서명,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선거법 개정안이 선거제 개편을 논의해온 정치개혁특위(재적위원 18명)에 오를 경우 한국당 제외 4당(12명)은 패의결 요건인 '5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 의석 분포를 보면 현재 민주당(128명)·바른미래당(29명)·평화당(14명)·정의당(5명) 의원은 재적의원(298명)의 과반인 176명으로, 일단 패스트트랙을 위한 서명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한국당은 같은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선거법은 우리 선거의 룰이다. 이것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고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을 태우겠다'는 것은 사실은 제1야당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의회민주주의는 하지 않겠다' 이렇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만약에 진짜로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우리는 단지 의회주의의 차원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정말로 의원직 총사퇴하고 그 때부터는 정말로 모든 국정을 다 '올 스톱'하고 전면전에 나서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는 거듭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는 이것은 정말로 '좌파 독재'를 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정말로 '인민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20일 이양수 원내대변인 논평에서도 "만일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을 패스트트랙에 태운다면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를 사망시킨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선거제 개편의 여야 합의처리 관행은 선거의 룰을 공정하게 정하기 위한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는 '선거여론조작'을 자행했고, 대통령은 대선 공신록에 올랐던 사람을 국회를 패싱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 임명해 '공정한 선거관리 포기'를 선언했다. 이제 민주당은 제1야당을 패싱하여 선거제 개편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당리당략으로 좌지우지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선거법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면 적잖은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등 4당 공조로 3월 중순에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고 최장 330일을 다 쓴다고 가정하면, 21대 총선을 불과 2달가량 앞둔 내년 2월에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선거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선거구 획정' 문제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현행 선거법 제24조 2는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선관위 관계자는 "법에는 선거구 획정 시한을 어긴다고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예비후보 등록 문제도 있어 연말까지는 획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선거제 개혁' 구호로 뭉쳤지만 민주당과 나머지 3당의 입장차가 남아 있어 협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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