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련 직원들 진술 확보...대상 임원들에게 사표 종용하는 과정에도 개입 의심
환경부가 산하기관 인사 채용에 개입했다는 증언도 확보
김의겸 靑 대변인 "환경부의 일부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 주장
"언론, 블랙리스트란 용어 사용하는데 신중 기해주길"
그간 환경부 문제에 별다른 반응 보이지 않던 靑, 청와대 개입 의혹 알려지자 김 前 장관 옹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환경부가 사표를 강요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현 정부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단서가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환경부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산하기관 임원들이 사표를 썼는지를 체크한 문건 등이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 정황들을 확보했다.

환경부 인사 담당 직원들 역시 최근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산하기관 임원 사퇴 현황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직원들은 검찰이 관련 문건을 제시하자 해당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처 산하기관 임원 현황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보고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인사수석실이 단순히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현황만 보고받은 것이 아니라 전 정권 때 임명된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환경부가 산하기관 인사 채용에 개입했다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환경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임원들을 '찍어내기 감사'해서 내보내고, 친(親)정부 성향 인사를 앉히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환경부의 일부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는 적법한 감독권 행사이며, 산하 공공기관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각종 문서는 통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체크리스트"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은경) 장관은 '국정 철학'의 실현을 위해 산하기관 인사·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리·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환경부 문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청와대가 환경부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내용이 검찰 수사를 통해 알려지자 '합법' 운운하며 김 전 장관을 옹호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검찰은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김은경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됐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환경부가 전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종용하기 위해 업무추진비 등으로 표적 감사를 시도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환경공단 감사실이 지난 2018년 2월 28일 작성한 '환경부 감사 수감 현황 보고' 문건도 그 중 하나다. 환경부가 환경공단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등을 감사한 이유와 특이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에는 임기를 남기고 사퇴를 거부했던 임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 후 사퇴 거부 시 고발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달 초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을 보고받은 적은 있으나 '표적 감사'가 진행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며 김 전 장관에 대한 혐의를 좁혀가고 있다. 검찰은 또 최근 해당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에게 (표적) 감사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전 장관이 수차례 이와 관련한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울러 이들 임원들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 계기 자체가 허위였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후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해달라며 추가 해명을 내놨다. 그는 "블랙리스트라는 말이 너무 쉽게 쓰여지고 있다. 블랙리스트의 부정적 이미지가 우리들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그 딱지를 갖다 붙이고 있다"며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의 산하기관 인사를 비교해보자"고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첫째 대상이 다르다. 둘째 그 숫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셋째 작동방식이 다르다"라며 청와대의 논리를 쭉 열거했다.

그는 또 "환경부 장관이 일부 산하 기관에 대해 감사를 벌이도록 한 것도 적법한 감독권 행사다"라며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산하 기관 인사, 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해 포괄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물론 이런 권한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 감사의 수단이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에 있다"며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최대한 조용하게 지켜볼 것이다. 언론도 블랙리스트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신중을 기해주길 바란다. 일부 언론 보도가 더욱 씁쓸한 것은 과거의 보도 태도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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