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지난 1월 고발사건…독립운동가 후손 출신 보훈처 산하기관장에 블랙리스트
보훈처 국장뿐 아니라 피우진 처장까지 관여…2017년 8월 국회 예결위서 자인하기도

일제 수뇌부에 수통 폭탄을 투척한 '항커우 의거'의 주인공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2017년 정권교체 직후 국가보훈처 측으로부터 사퇴를 종용당했다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19일 나왔다. "BH(Blue House·청와대 지칭) 뜻이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실상 '블랙리스트'가 독립운동가 후손 출신 기관장에게 가해졌다는 내용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윤주경 전 관장이 '보훈처가 불법적으로 관장직 사퇴를 종용했다'는 자유한국당 검찰 고발 건과 관련해 '1월23일 신동아와의 대면 인터뷰 및 세차례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관장 재임 중이던 2017년 10월2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관장 재임 중이던 2017년 10월2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전 관장은 "2017년 7월경 국가보훈처 A국장이 찾아와 '윤 관장은 사표 낼지 안낼지 지금 결정하고, 사표는 일주일 안에 내달라. BH 뜻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윤 전 관장은 2017년 7월 당시면 2014년 9월 취임 이래 임기가 두달여 남았었고, 국가공무원법 33조가 규정한 임원 결격사유도 없었다고 동아일보는 지적했다.

윤 전 관장은 보훈처 측에 "(후임 관장 임명을 위해) 지금부터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임 관장 인선작업을 해도 내 임기(2017년 9월)는 자연스럽게 끝나는데 왜 사표를 내라고 하느냐"고 되물었으나, "'빨리 (거취를)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게 확인했더니 '(사표 종용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 다른 곳(보훈처 산하 3개 공공기관)도 다 그렇게 한다'고 말하더라"며 "독립기념관장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임기가 보장됐는데 왜 물러나야 하는지 의아했고, 또 그런 소리(사퇴 종용)를 듣는 자체가 부끄러워 그동안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피 처장은 사퇴 종용 일주일 뒤 윤 전 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관장님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오네. 관장님은 사표 내지 마. 보훈처 3개 산하기관을 개혁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사퇴 종용) 됐어'라고 해명했다"는 게 윤 전 관장의 전언이다.  

자료사진=2017년 8월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일부.

동아일보는 피 처장이 윤 전 관장 사퇴 종용 한 달 뒤인 2017년 8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백승주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사표를 종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정황도 들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독립기념관법'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장은 임원추천위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보훈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3년) 보장과 후임자 지명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편 검찰 수사로 관련 진상이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당은 앞서 1월7일 피 처장과 A국장을 권한남용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330개 공공기관 임원 660여명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혐의(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도 함께 수사 의뢰한 상황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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