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반포 등 1억원 호가 빠진 매물 나와도 매수세 관망
-한남·흑석뉴타운은 "매수 문의 급증, 매물 없어 못팔아"

"정부가 강남 재건축에 대해 계속 언급을 하니 일단은 좀 조용해졌어요. 호가를 최고 1억원 낮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매수자들이 한 발 빼네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내 중개업소)

"여긴 아예 매물이 없어 못팔아요. 중개업소마다 대기 손님이 줄을 섰습니다. 정부가 재건축 잡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니 이쪽으로 더 몰리는 것 같습니다."(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중개업소)

●정부 규제 후 일단 주춤하는 강남

지난 21일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예상 부담금을 전격 공개하고 강남 재건축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낸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거래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부담금 계산 방법과 산출 금액 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칫 재건축 부담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로 초과이익부담금 부과 대상인 사업 초기 단계의 재건축 단지들 중심으로 매도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 남짓의 115㎡ 안팎의 주택형들이 26억∼26억5천만원을 호가했으나 지난주 1억원가량 낮춘 25억원에 매물이 등장했다.

압구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잇단 재건축 규제 의지와 고가주택 보유세 강화 일련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상승세가 주춤한 분위기"라며 "호가를 낮춘 매물이 몇 개 나왔는데 일단은 매수자들도 매도시기를 저울질하며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도 호가가 2천만∼3천만원 정도 떨어진 매물이 등장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계속 몰아붙이니 일단 시장이 조용해졌다"며 "이 아파트 최고 18억원을 호가했던 101㎡의 경우 17억8천만원에 매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매수세가 주춤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주공5단지내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밝힌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과장돼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매수자들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며 일단은 관망하고 있다"며 "다만 국제현상공모 설계 당선작 발표, 건축심의 신청 등 호재가 있어서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재건축 부담금 부과 대상인 반포 3주구는 물론 지난 연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갈 단지들 조차 매수 문의가 끊겼다.

25일부터 반포 주공1단지 1, 2, 4주구나 경남3차 등 재건축 장기 보유자(10년 보유, 5년 거주)의 매물이 풀렸지만 시세보다 최고 1억원가량 싼 매물도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장기 보유자 매물도 이미 이달 초 계약이 상당수 이뤄졌고 25일 이후 잔금만 정산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막상 25일 이후로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규제를 피한 단지들도 매수자들이 가격이 내리길 기다리는지 일단 지켜보자고 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파크리오 등 기존 아파트 단지나 재건축 연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올림픽 훼밀리아파트, 올림픽 선수·기자촌 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등지도 매수·매도자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풍선 효과'로 치솟는 비강남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는 사이 시중의 유동자금은 규제를 피한 비강남권의 유망지역으로 몰려가고 있다.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는 강북 재개발 단지의 풍선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기존 주택은 한 달 전보다 5천만원 올랐으나 매물이 없다.

한남뉴타운 관계자는 "정부 8·2대책 등으로 매수를 보류했던 사람들의 허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강남 재건축을 누르니 강북 재개발이 더 뛴다며 실망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도 매물이 씨가 말랐다. 현재 이주가 진행중인 흑석뉴타운 3구역의 경우 조합원 지분 가격이 한달 새 7천만∼8천만원 올랐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의 일반 분양권 시세도 13억원을 찍었다"며 "재건축 규제를 피해 이쪽으로 계속 넘어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북 인기지역의 일반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용산구 한강로2가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지난달 7억8천만∼7억9천만원 하던 것이 현재 호가가 9억원으로 뛰었지만 매물이 없다.

성동구 옥수동 미래옥수파크힐스 전용 59㎡도 작년 말보다 5천만원 오른 9억3만원에 팔렸다.

용산구 한강로2가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의 강남 규제 때문인지 요즘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놀랄 정도"라며 "매수 대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10명 이상은 전화번호를 받아두지도 못할 지경"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112㎡는 현재 12억원에도 매물이 안나온다. 작년 말보다 1억5천만원 뛴 금액이다.

아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에도 12억원에 계약하자고 합의해 지방에서 매수자가 서류를 챙겨 올라왔는데 매도자가 갑자기 안팔겠다고 돌아서는 바람에 헛걸음만 하고 갔다"며 "재건축 연한, 초과이익환수 등 재건축 규제 때문인지 불과 2주 만에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려 있는 과도한 유동성이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강남 재건축이 어렵게 된다고 하니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규제가 없는 지역과 상품으로 시중의 막대한 유동자금이 몰려다니는 것"이라며 "강남 집값 잡으려다 강북 집값 올리면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더욱 갈 곳이 없어진다. 당장의 응급처방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내다보는 균형잡힌 정부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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