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대형 테러가 일주일만에 또다시 일어났다. 28일 AP,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발생한 구급차 자폭 테러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9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158명을 넘는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현재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구급차를 이용한 자폭테러가 벌어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EPA=연합뉴스]

폭발한 곳 근처는 아프가니스탄 내무부와 병원 및 각국 대사관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장 보안이 강한 곳에서 테러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인명구조에 쓰이는 구급차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는 테러범들이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건물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희생자는 민간인이었다. 아프간 내무부는 현장 주변에 있던 용의자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카불 시내 상당수 지역이 이미 방폭 벽과 검문소 등을 설치해 보안을 강화했음에도 테러범이 어떻게 이를 뚫고 테러를 자행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테러 대비를 강화한 아프가니스탄 수도에서조차 연이은 테러와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 테러방식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작년 1∼9월 하루 평균 10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2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한 남성이 차량 자폭테러로 다친 남성을 업고 이동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번 테러는 작년 5월 31일 카불의 외교가에서 일어난 차량 자폭 테러로 150명이 숨진 이후 가장 피해가 크다. 심지어 바로 지난주 20일에는 카불 호텔에 탈레반 무장대원이 17시간 동안 총격 테러를 벌여 22명이 숨지는 참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몇 년간 아프간 보안군 병력 1만여 명이 숨지고 1만6천여 명이 다쳤다고 아프간 고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방송 등은 과거 탈레반이 병원 등의 시설에 대해서는 공격 타겟에서 제외했는데, IS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술을 바꾼 것으로 해석했다.

카불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테러 직후 비상연락망을 통해 카불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의 안전을 점검한 결과 대사관 직원을 포함해 교민 33명 모두가 안전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차별 테러에 따라 국제사회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의 배후에 있는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행동'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고한 시민 수십 명을 숨지게 하고 수백 명을 다치게 한 오늘 카불의 비열한 차량 폭탄 테러를 규탄한다"며 "이런 잔인한 공격은 미국과 아프간의 결의를 새롭게 한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번 테러를 "무분별한 공격"이라고 부르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폴란드를 방문 중인 틸러슨 장관은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거나 이들을 돕는 자에게 관용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민간인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유엔 아프간지원단의 타다미치 야마모토 단장은 이날 테러에 대해 "잔혹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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