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 있어...대법원서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아"
"판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국민 비판,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고 바람직할 수 있다"
야당 등 "사법부 수장격 인물이 사법부 독립 보호엔 관심 없어" "수세적 해명과 대응이 빌미 제공해" 비판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이번 회의에는 이른바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법관의 탄핵 소추를 판사들이 선제적으로 국회에 촉구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국회 등에서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하는 발언 등이 나오며 ‘법관 탄핵‘이 추진되는 데 대해, 대법원이 “법관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1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원・법조개혁 소위원장인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15일 국회에 “탄핵 절차에 관해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다. 대법원에서 이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문을 전했다. 앞서 위원회는 ‘(소위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대법원이 어떤 개선 노력을 하고 있나’고 질문했는데, 대법원은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징계 청구와 재판 배제 범위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관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100명 이상의 동의만 있다면 발의할 수 있다. 다만 의결을 하려면 재적의원의 과반수(150명)가 필요하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맡는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청구를 인용하면 법관 파면이 결정된다.  

대법원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법관 탄핵소추를 할 예정인 민주당에서는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5~6명의 탄핵소추 대상 법관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정의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의 경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앞서 탄핵해야 한다는 법관 10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지난달 30일 불법 댓글조작에 대한 판결 이후 ‘김경수 무죄 만들기’ 행보를 잇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하는 ‘대국민 설명회’를 열어 2심을 ‘여론 재판’으로 만들겠다는 식으로 발언했고, 민주당 지역당 등은 당원들에게 사법부 규탄 집회에 동참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사법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비난이 도를 넘자, 김 지사에 대한 판결 이후 침묵을 지키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일 “도를 넘어서 표현이 과도하다거나 혹은 재판을 한 개개인 법관에 대한 공격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상 보장된 재판 독립의 원칙이나 혹은 법치주의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면 판결 결과에 불복이 있는 사람은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서 불복할 수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다. 판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도 넘은 비난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판결 내용이나 결과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고 바람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습니다”라던 김 대법원장의 2017년 9월 26일 취임사 발언과 더불어, ‘사법부의 수장격인 인물이 사법부 독립 보호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입장문 발표 이후, 한국당 관계자도 “(민주당 등의 법관 탄핵 논의가) 사법부 독립성을 해하는, 3권 분리를 위배한다는 뜻은 어디에도 없지 않나“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세적 해명과 대응이 검찰수사는 물론 국회발 법관 탄핵 논의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