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 등 김은경 前 장관에 보고된 단서 포착하고 수사 中
김 前 장관, 이달 초 검찰 조사 당시 "'표적 감사' 진행 사실은 몰랐다"
하지만 검찰, 최근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김 前 장관이 수차례 관련 지시했다"는 진술 확보

김은경 前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은경 前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前)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찍어내기' 위해 표적 감사를 시도한 내용이 담긴 문건 등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지난달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가 환경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환경부 감사관실 컴퓨터의 '장관 보고용 폴더'에 담겨 김은경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됐다는 전언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해당 문건들에는 환경부가 사표를 거부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중엔 환경부가 지난해 2월 말 사표 종용에 반발하는 한국환경공단 임원에 대해 개인 비위로 고발 조치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공단 감사실이 지난 2018년 2월 28일 작성한 '환경부 감사 수감 현황 보고' 문건도 그중 하나다. 환경부가 환경공단 임원들의 업무추진비 등을 감사한 이유와 특이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에는 임기를 남기고 사퇴를 거부했던 임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 후 사퇴 거부 시 고발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달 초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전 장관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동향을 보고받은 적은 있으나 '표적 감사'가 진행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며 김 전 장관에 대한 혐의를 좁혀가고 있다. 검찰은 또 최근 해당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에게 (표적) 감사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김 전 장관이 수차례 이와 관련한 지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울러 이들 임원들에 대한 감사가 시작된 계기 자체가 허위였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작년 말 청와대 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 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문건을 공개하며 불거졌고, 자유한국당이 김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환경부는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등이 장·차관님까지 보고되진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청와대 역시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장·차관과 고위급 공무원은 물론 산하기관 직원들까지도 수차례 소환 당하며 불명예를 뒤집어쓰게 됐다. 박천규 차관은 지난달 22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와 관련, "명백한 블랙리스트인데도 환경부도, 청와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어디까지 개입했고,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촛불을 들고 나간 이유가 있다. 이런 짓을 용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촛불정권이라는 사람들이 지난 정권보다 더한 적폐를 쌓으며 사실상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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