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검은 양복을 차려입고 문재인 대통령이 밀양 병원 화재 현장을 방문한 날에도 서울 문래동에서는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세월호 사고로 비판하던 문 대통령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취임 후 각종 사고가 연거푸 터지면서 머쓱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 밀양 병원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위로했다. 검정색 양복과 검정 넥타이 차림의 문 대통령은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 데도 이렇게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서 참으로 참담하고, 또 마음이 아프고 국민께도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며  "우선은 돌아가신 분들, 다시 한 번 명복을 빌고, 유가족과 밀양시민께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을 떠나 밀양에서 문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던 그 시간에 서울 문래동 영일시장 입구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초반 불길을 잡는 데는 성공한 상태"라며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각종 화재 사고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 보다 하루 먼저 밀양 병원 화재 현장을 찾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 아니다"라며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장재원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자고나면 터지는 안전사고와 참사에 참담할 뿐"이라며 "2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또 장 의원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은 '쇼통'과 '정치보복'에 혈안이 돼서 가장 소중한 국민의 삶, 그리고 의료복지 등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제천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밖에 채 지나지 않았는데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해 국민들의 생명을 앗아갔다면 누가 편히 살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최민희 전 의원은 '밀양 병원 화재'의 책임이 한국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지난 2009년 민주당이 6층 이상 건물의 불연재 사용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는데 당시 한나라당과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하며 지난 제천 화재와 밀양 화재가 참사가 된 것이 한국당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최 전 의원도 "책임을 져야 할 경남도지사는 한국당 소속인데 밀양 화재 참사 현장에 보이지 않았다"며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도지사 직을 포기하면서 후임을 뽑지 못하게 꼼수를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최 전 의원은 "밀양 화재를 두고 한국당이 남탓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다"라고 덧붙였다.

최 전 의원 식의 논리라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당시 야권(현 여권)이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이 올바른 태도였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수역은 전남 지역이었고 당시 전남지사는 지금의 여권 후보로 당선된 이낙연 현 국무총리였다.

또 표 의원이나 최 전 의원의 '한국당 탓'은 이날 사고 발생 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형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한데 대해 국정의 컨트롤 타워로서 책임을 느낀다"는 청와대 측의 반응과도 결이 맞지 않는데다 집권 8개월을 넘은 정권의 전현직 여당 의원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대형 인명 참사에 대해 궤변에 가까운 '야당 탓'을 한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지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되는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4명의 근로자가 질식으로 사망했다. 20일에는 서울 목동의 행복한백화점에서 6층에서 멈춘 승강기가 갑자기 2m가량 내려앉으며 조모씨(66)가 내리려던 승강기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에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딸들의 방학을 이용해 전국 여행에 나섰던 세 모녀는 불이 난 1층 현관문 바로 옆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미쳐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해 12월21일에는 충북 제천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이나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같은 달 3일에는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9.77t 낚싯배인 선창1호가 급유선(336t)과 충돌해 전복돼 15명이 사망했다. 12월14일에는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의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30대 작업자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숨진 남성은 출근 사흘 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12월16일에는 서울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2월28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 철거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시내버스를 덮쳐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 12월31일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 A씨가 담뱃불을 이불에 튀겨 불이 나게 해 4세·2세 아들과 15개월 딸 등 3남매가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3일에는 제주도 조천읍 신촌포구 인근 해상에서 일가족 5명이 탄 낚시배가 뒤집혀 4살 아들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12월4일에는 전남 순천의 한 폐유정제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7m아래 저장탱크로 추락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해 8월18일에는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K-9자주포 사격 훈련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이모(27)중사와 정모(22)일병 등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같은 달 20일에는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잔유 보관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잇달아 발생하는 대형 인명사고를 단순히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렵다. 한국 사회 곳곳에서 안전의식과 기강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야당 시절 박근혜 정부에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안전불감 정권'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하지만 작년 5월 현 정권이 출범한 뒤 인명피해를 동반한 사건,사고가 과거 어느때보다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l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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