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정상회담 이후 나오는 장밋빛 전망, 실현될 가능성 없어...북한은 세습권력 유지하고 있기 때문
핵폐기 않는 이상 대외적 여건 조성 불가...미국도 북한에 현찰 들어가는 것은 유엔 제재 위반 인식
2차 미북정상회담, 북핵 문제해결 위한 마지막 외교적 노력 될 것...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체제 파괴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제2차 미북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 하노이로 정해졌다. 베트남과 미국은 10년 넘게 서로 전쟁을 했던 적대국가였다. 1995년 양국은 외교관계를 개선했고, 베트남은 1986년부터 ‘도이모이’라는 경제개혁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상회담 장소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이번 회담 이후 북한이 베트남과 중국처럼 개혁노선을 추진할 것이라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은 어디까지나 기대일 뿐이지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베트남은 1968년 제6차 베트남 공산당 당대회에서 기존 경제노선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 실패의 책임을 지고 당의 핵심 인물들이었던 쯔엉찐, 팜반동, 레득토 등이 모두 물러났다. 그들을 대신하여 베트남의 고르바쵸프라고 불리는 응우옌반린이 서기장에 취임하여 ‘도이모이’ 노선을 적극 추진했다. 

베트남처럼 북한이 개혁노선으로 나오려고 한다면 지금까지 실패한 노선에 대한 반성과 책임자 퇴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권력 기반을 허무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베트남은 ‘도이모이’ 노선으로 전환한 이후 대외적 여건 조성을 위해 1989년 캄보디아 내전에 개입해 있던 군대를 전격적으로 철수했다. 이를 통해 베트남은 동남아국가들과 외교관계를 개선하고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북한은 핵문제 때문에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는 한 북한 개혁을 위한 대외적 여건은 조성될 수 없다. 금년 김정은 신년사와 최근 비건-김혁철 실무회담 진행 과정을 보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핵무기도 갖고 경제지원도 받겠다는 김정은의 “양손에 떡을 쥐겠다”는 발상은 대북한 제재 해제와 해외자본투자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김정은은 문재인정부가 핵을 갖고 있는 자신에게 떡을 쥐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베트남과 같은 전면적인 개방보다는 금강산관광과 개선공단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관광객들이 북한 주민들과 아무런 접촉없이 김정은 금고에 현찰을 쌓아주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일종의 ‘새장’같은 곳으로서 북한 주민들을 거기에 노동자로 보내서 일하게 하고 그들의 임금을 김정은의 개인 금고로 쉽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김정은의 기대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때문에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에 현찰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유엔 제재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문재인정부가 관광과 공단을 재개하여 북한에 현찰을 줄 경우 한국의 은행과 기업에 대해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1년 김정일은 상해 푸동지구를 방문하여 중국 개방정책의 결과를 목격하고 “천지개벽”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마치 북한이 중국식 개방모델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처럼 해석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선전기관들이 만들어낸 잘 짜여진 쇼에 불과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표명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이번 베트남회담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과 제재 앞에서 김정은은 커다란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북한은 더욱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개방을 한다고 한다면 외부 세계의 정보가 북한 주민과 젊은이들에게 유입되어 북한 세습체제의 허구성과 모순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 것이다. 

제2차 미북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외교적 노력이 될 것이다. 트럼프행정부는 이 회담 이후에도 실무회담을 계속 이어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의회와 여론은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김정은의 국제적 위상만 높여주는 ‘쇼’는 그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이라는 장소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김정은이 개방으로 나설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체제의 파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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