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경향의 '비타500 박스' 부분은 허위보도지만, 공격에 해당하진 않는다며 이완구 측 청구 기각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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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됐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는 15일 이 전 총리가 경향신문과 당시 편집국장·기자 등을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에서 이 전 총리의 청구를 기각했다.

'성완종 리스트'는 2015년 4월 벌어진 사건으로,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남긴 메모로 불거졌다. 이 메모에서는 당시 여권 정치인들의 이름과 금품 액수 등이 적혀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총리의 이름은 맨 아래 적혀있었고, 별도 '액수'는 없었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가 이 전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돈이 들어있는 '비타 500' 박스를 건넸다는 식이었다. 보도 이후 이 전 총리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한 1심은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음파일과 녹취서, 메모 등을 증거라 판단하고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해당 보도에 사용된 자료 등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1심 판결을 뒤집어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이 전 총리는 경향신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전 총리 측은 "해당 보도로 인해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등 정치 활동에 제약을 받고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며 "형사재판을 받는 등 고통으로 인해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손해배상 소송 민사 재판부는 "'비타500 박스' 부분은 경향신문 측 취재가 부족하다"며 허위보도라고 보면서도, "해당 보도는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 제기로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경향신문 측 주장을 받아들여 이 전 총리 측 청구를 기각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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