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채권은행 출자전환 합의로 위기 넘겨
'자본잠식' 해결 못하면 상장폐지 가능성도

부산 영도구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한진중공업이 자본잠식의 원인이 된 자회사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와 관련해 필리핀 은행과 채무조정에 합의했다.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긴 셈이지만 4월 1일까지 자본잠식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어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은 아직 남아있다.

한진중공업은 14일 수비크 조선소 채권단인 필리핀 현지 은행과 채무조정에 합의했고 이달 말까지 현지 법원의 승인을 받아 출자전환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수비크 조선소 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자산평가 손실과 충당부채를 설정하면서 지난 13일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주식거래가 중지됐다. 충당부채란 지출 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로, 수비크 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한진중공업이 보증한 채무 등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 자본잠식 원인이 됐다.

한진중공업은 이번 출자전환을 통해 현지 은행이 수비크 조선소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함에 따라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수비크 조선소 부실을 모두 털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채권단을 상대로도 조만간 출자전환 등을 추진해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 대출금이 자본으로 전환되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이자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일각에선 수주 여력 부족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한진중공업이 상장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비크 조선소는 지난 3년간 적자가 누적된 상태다. 2016년 182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7년 2335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 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근무인력은 한때 3만명 수준이 이르렀지만 현재 한국인 직원을 포함해 3800여명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자본확충이 충분치 않으면 보유 중인 자산을 팔아서라도 자본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은 수비크 리스크 해소와 함께 자본확충 등으로 재무 건전성만 개선된다면 영도조선소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2016년 자율협약 체결 이후 군함 등 특수선 수주로 모두 27척, 1조2000억원 상당 물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영도조선소 생산공정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고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도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조선소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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