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문 대통령,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오는 4월 11일 형법상 낙태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로 했다.

헌재 관계자는 15일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대한 만큼 9명 재판관 전원이 있을 때 선고하기로 했다”며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퇴임(4월 18일) 전 11일 선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위헌 여부를 따지는 사건은 2017년 2월 산부인과 의사 정모 씨가 낙태를 시술한 뒤 ‘(낙태가) 위헌이라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한 것이다. 청구인 측에서는 “자기낙태죄(헌법 제269조 제1항)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하고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이 주장하는 자기운명결정권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간섭 없이 일정한 사적 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의적 권리를 의미한다.

이어 “낙태 처벌은 임신의 유지와 출산을 강제해 임산부의 생물학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고 신체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하여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고도 했다. 낙태를 ‘죄’로서 처벌하는 것은 임신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태아의 생명이나 임산부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낙태죄 위법이 합헌이라 주장하는 측은 “태아는 어머니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격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태아에게도 생명권의 주체성이 부여된다”면서 “태아의 생명권 보호 정도는 그 성장단계나 어머니의 몸 밖으로 나왔는지(출산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태아의 생명보호는 공익으로,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합헌 주장 측은 또 “현재에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며 낙태의 범위를 어느 범위에서 정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허용할 경우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낙태와 관련한 현행법은 형법 269조와 270조다. 1953년에 제정된 두 법률은 낙태한 여성(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 원 이하)과 이를 도운 의사(2년 이하)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 정 씨는 2017년 2월까지 69회의 낙태수술을 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현재의 헌법재판관 다수가 낙태죄 유지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며 ‘헌법 불합치(법률은 위헌이지만 무효화에 따르는 혼란 등을 피하고자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것)’ 결정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기를 시작한 6명의 재판관 중,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외 서기석·조용호·이선애 재판관의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선 재판관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임신 중 모든 기간 낙태를 금지한 것은 지나친 제약이라는 이유로 헌법위반이라고 헌재가 결정할 경우, 국회는 법률을 개정해 임신중절이 가능한 기간을 정해야 한다. 현행 낙태 조항에 수정을 권고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다면, 임신 초기(1~12주)에는 임산부 요청에 따라 무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중기(13~24주)에도 사유를 고려해 허용범위가 조정될 수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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