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안-오현석 등, 최인석 전 울산지방법원장 퇴임 전 법원 내부망 글에 비난...'궤변' '언어도단' 표현하기도
법조계 내부서 "법관 대표들, 권력 홍위병 역할 자처" 자조 나오기도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이 2월13일 오전 울산지방법원 대강당에서 퇴임식이 열린 가운데 법관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이 2월13일 오전 울산지방법원 대강당에서 퇴임식이 열린 가운데 법관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최근 법원을 떠난 최인석 전 울산지방법원장이 사퇴 전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에, 국제인권법연구회 관계 판사들이 비판성 댓글을 달아 법원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판사는 “선배 판사, 후배 판사라는 말도 이참에 버리면 좋겠다” 등의 댓글도 달았다.

최 전 법원장은 퇴임식 5일 전인 지난 8일 ‘살아서 역사의 증인이 돼라’는 제목의 글을 법관들이 사용하는 내부망에 올렸다. 그는 글에서 “작금의 시대 상황에 대해 후련함과 통쾌함을 느끼는 분도 계실 것이고, 울분과 치욕과 수모를 느끼는 분도 계실 것”이라며 “후자 쪽인 여러분, 이 치욕과 수모를 참고 견뎌서 역사의 증인이 돼라”고 했다. 소위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를 두고 갈라진 법원 내부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상 불이익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는 최 전 법원장의 글에 댓글을 달고 “후련하지도 통쾌하지도 않으며 (사법부 일부의) 거짓과 은폐로 울분이 많이 쌓였습니다”라 적었다. 최 전 법원장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죄송하다”고 했다.

이후 다른 부장판사가 이 댓글에 “(최 전 법원장은) 법원에서도, 인생에서도 선배시다. 떠나시는 소회도 못 밝히나”라고 했다. 그러자 차 판사는 “(최 전 법원장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성찰과 반성의 말씀은 없으시고...그게 떠나는 분이 하실 말씀인가. 그리고 선배 판사, 후배 판사라는 말도 이참에 버리면 좋겠다. 초중고 대학도 아니고, 모두가 동등해야 할 법원에서”라고 했다. 차 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2017년 8월 “재판이 곧 정치”라는 발언으로 사법부의 정치화 논란을 빚은 오현석 판사(42)도 댓글을 남겼다. 오 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최인석 판사님. 판사 신분을 탐하고 월급을 챙기면서 일신의 안녕을 구가하는 일을 가리켜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수긍할 수 없는 궤변이요, 죽은 것을 살았다고 하는 언어도단”이라며 “최인석 판사님이 설마 판사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감행한, 이 시각에도 뻔뻔스럽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후안무치한 모 씨를 가리켜 법원에 남아 있으라고 했겠느냐”고 적었다. 소위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을 ‘모 씨’라 표현한 것이다.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우리법연구회 관계 판사들은 현재 ‘전국법관대표회의’ 집행부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법관 대표들이 권력의 홍위병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김태규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14일 페이스북 글에 ‘與 홍위병처럼 비치는 법관대표회의 존속할 수 없다’는 칼럼 사진과 함께 “이처럼 혹독하게 법관을 힐난하는 기사를 보면 의당 분기가 들기 마련인데, 정작 마땅히 반박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다가 오히려 격하게 공감이 되고 있다”며 “아마...그냥 내 심사가 뒤틀려 그런가 보다”고 적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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