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전서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당권후보 각자 확장성 vs 선명성 피력 경쟁
상당수 당원들, 이종명 의원 제명 관련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의 첫 합동연설회가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렸다. 

당권주자 중에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기호 1번)가 "외연 확대도 당의 통합에서 출발한다"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기호 2번)이 "정치 싸움엔 전혀 관심없는 분들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당 외연확대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진태 의원(기호 3번)은 "촛불에 놀라 다들 도망갈 때 당을 지킨 사람이 누구냐"며 자신의 '장외투쟁' 이력을 강조했다.

이날은 합동연설회는 충청·호남권 당원들을 상대로 진행됐다. 당원과 지지자들로 체육관에 마련된 2000여석이 꽉 들어찼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함께 황교안·오세훈·김진태 등 후보자들이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막대풍선을 흔들며 지지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황교안 후보는 양복 재킷을 벗은 채 흰 셔츠에 빨간 목도리를 둘렀고, 오세훈 후보도 양복 상의를 입지 않은 채 푸른 계열 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맸다. 양복 차림의 김진태 후보는 갈색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후보는 '다시 함께 대한민국', 오세훈 후보는 '총선승리, 정권 탈환 오세훈만이 할 수 있습니다', 김진태 후보는 '행동하는 우파, 의리의 김진태'라는 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연설에서 황교안 후보는 "한국당,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가시밭길을 넘어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이제 통합의 울타리를 넓히고 혁신의 속도를 높여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 첫관문이 이번 전당대회"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 후보들을 호명한 뒤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일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고 당부한뒤, 문재인 정권을 겨눴다. 

황교안 후보는 "경제 폭정으로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 "자신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법원의 판결까지 겁박하고, 철지난 좌파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까지 흔들고 있다", "핵무기를 이고 살아야 할 판에 우리 안보를 무장해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미 국민들은 이 정권에 기대를 버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하고 그 힘으로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가 바로 통합"이라며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한국당의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있는 청년과 중도층도 크게 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외연확대도 당의 통합에서 출발한다"며 "보수의 가치를 지켜온 분,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분, 기업 경영인 출신과 노동 전문가 출신, 이 모든 분들이 모여 있는 한국당이다. 헌법가치를 확고히 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존하는 새 정치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일명 '대통합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이다.

황교안 후보는 "어떠한 개인적 욕심도 앞세우지 않겠다. 자유우파 대통합에 이 한몸 던지겠다"며 "저에게는 챙겨야 할 사람도 계파도 없다. 저에게는 오로지 당원 동지 여러분과 국민뿐"이라고 했다.

오세훈 후보는 "충청의 사위 오세훈, 인사 올린다"며 연설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구청장 1명, 경기도 전체에서 도의원 1명, 인천에서 시의원 1명 당선되는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며 "내년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겠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전대는 그 중요한 내년 총선을 이끌 간판이자 얼굴을 뽑는 대회"라며 "황교안 김진태 후보 물론 훌륭하나,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필패다. 정당지지율이 아직 민주당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간지대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는 "수도권 중도층은 정치와 이념엔 별 관심이 없다"며 황교안·김진태 후보를 거명한 뒤 "두분 강성보수로는 정치와 이념에 관심없는 무당층의 마음을 얻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자꾸 수도권을 이야기하는 건 바보라서가 아니다. 충청은 27석, 영남은 65석인데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은 122석이나 된다"며 "충청, 영남의 대부분을 이겨도, 수도권에서 패하면 총선은 참패"라고 했다.

또한 "불행히도, 불행하게도 황교안 김진태 두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총선 필패"라며 "이겨야 이 문재인 정부 경제무능, 안보부실, 오만방자한 20년 집권론 응징할 수 있지 않겠나. 이겨야 정권 탈환해서 우리 한을 풀 수 있지 않겠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야당의 엄혹한 환경에서 서울시장을 두번 거머쥐었던 그 저력으로 반드시 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진태 후보는 "진태 없으면 진퇴양난, 행동하는 우파 보수의 아이콘 김진태"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한국당에 그래도 김진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가끔 심장이 쫄깃할 때도 있지만 제가 없으면 재미없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그는 현장에 함께 한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 마지막 날 당대표가 될 때까지 확실히 밀어주시겠느냐"며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진태 후보는 "어제도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5.18 공청회 관련 징계심의에 착수한) 당에 항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김정숙-문재인 특검'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왔다. 내가 싸울 상대는 당대표 후보가 아니고 문재인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러분,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당 지킨 사람 누구냐. 그 북풍한설에도 여러분과 손 잡고 끝까지 싸운 사람 누구냐. 누구나 다 싸운다고 하지만 그 장외투쟁, 저는 어제까지 50번을 했지만 그게 아무나 갑자기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해본 사람만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시절 '악법 저지' 활동도 강조하면서 "제가 당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비로소 확실한 우파정당이 된다"며 "애국세력과 우리 당이 힘을 모아 어깨동무하고 그때부터 싸워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우파 통합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호소했다.

이날 첫 합동연설회는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대선,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를 딛고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자신하는 듯한 무대였다. 무대 전면엔 붉은 바탕에 흰 글씨로 '다함께 미래로'라는 글씨를 새겼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모처럼 이렇게 힘찬 전당대회에 참석해보니 감개무량하다"고 했고, 한선교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후보 누구누구를 외치지 말고 '한국당'을 외쳐보자"고 제안하자 당원들이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상당수 당원들이 이종명 의원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 제명 결정과 관련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5.18을 성역화하고 전당대회에 똥물을 퍼부었다"며 강력히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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