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외 수당 지급은 경영상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1·2심 판결 뒤집어
같은 사건임에도 '신의성실원칙' 적용 여부에 따라 정반대 판결 나와

회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면 아니라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과 관련해 대법원이 1·2심의 판결을 뒤집고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사건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회사가 추가 시간외 수당을 지급해도 경영상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사측이 원심에서 주장한 추가적인 시간외 수당이 7억여원이 아닌 4억원 상당이라 보고 회사가 추가 시간외 수당을 지급해도 경영상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시간외 수당 규모와 회사의 경영상태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덧붙여 모호함을 남겼다. 

재판부는 "버스회사가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데다 버스 준공영제의 적용을 받고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1·2심 재판부에선 "회사가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면 예측하지 못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돼 신의칙에 반한다"며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이후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지 않기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도 추가 임금 지급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경영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1·2심 법원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으로, '경영상 문제가 없는 수준'을 두고 적용되는 신의칙에 대한 판결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좆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그동안 신의칙은 그 적용 기준이 모호해 쟁점이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심급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은 신의칙이 핵심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과 2심의 각각 다른 판결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같은 사건임에도 심급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이 선고되는 등 판결이 일관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성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1월 신의칙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이 소송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을 감당해야 할 경우, 총 5만500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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