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의회 방문한 訪美의장단에 "나는 北 믿지 않는다"
訪美의장단, 아랑곳 않고 제2차 美北회담 중요성 강조했지만...펠로시, 한반도 비핵화 회의론으로 받아쳐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아무 성과 없었고 실패작, 쇼...우리는 北 비핵화 증거, 실제 행동 보길 원해"
문희상 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 등 악화일로 걷고 있는 韓日관계 의식한 발언도 남겨
"최근 韓日관계 악화해 우려스러워...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이에 문 의장 "펠로시 발언, 日측에서 쉽게 말해 혼내주라고 했는지...의도적 발언으로 느껴져"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지도부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왼쪽 두번째)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지도부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왼쪽 두번째)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 북한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의 무장해제다."

12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워싱턴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 국회 대표단과 설전 중 이같이 말했다.

대표단에 따르면 의회를 방문한 문희상 의장 등 일행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득하자,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회담도 쇼지 않았느냐"며 논쟁을 벌였다.

이에 아랑곳 않고, 이해찬 대표와 정동영 대표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지만, 펠로시 의장과 자리에 함께 배석한 앤디 김 하원 의원(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으로 맞받아칠 뿐이었다.

정 대표가 "트럼프의 북핵 외교는 과거 북핵 해법의 원조인 클린턴 정부 시절 '페리 프로세스'를 잇는 정책이 아니냐"고 하자 펠로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이 지난 1999년 마련한 미사일 발사중단-비핵화-평화체제로 이어지는 3단계 해법이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비핵화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며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도 아무 성과가 없었고 실패작, 쇼지 않았느냐.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한다는 증거, 실제 행동을 보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의 발언에서 트럼프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펠로시 의장은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면서 지난 1997년 하원 정보위 위원들과 방북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를 여행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가난과 비참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부터 북한 정권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진정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을 무장 해제(demilitarization)를 하겠다는 것"이란 강경한 말도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하원의원 역시 "북한이 핵 폐기 의사를 보이는 조치를 한 것이 없다"며 펠로시 의장에 동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최근 문희상 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를 의식한 발언도 남겼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해 우려스럽다.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문 의장은 "균형 감각을 갖고 봐달라"며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큰 틀에서 한일 공조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문제로 아웅다웅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면담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일왕 사죄 발언은 아베 총리를 포함해 일본 지도자가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납득할 수 있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이라며 "일본 일부 세력이 국내 정치적으로 악용하느라 문제를 키운 것이지 내가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 펠로시 의장의 발언도 일본 측에서 사전에 한마디 해달라고, 쉽게 말해 혼내주라고 했는지 의도적 발언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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